[캠퍼스 이곳저곳] 78계단
[캠퍼스 이곳저곳] 78계단
  • 유정우 기자
  • 승인 2002.10.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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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거나 혹은 괴롭거나 어찌 외면할 수 있으랴

포스테키안이 하루일과를 시작하려면 꼭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으니 바로 78계단이다. 아침에 등교할 때, 점심에 식당을 갈 때 등 기숙사와 공학동으로 구분되어있는 캠퍼스 특성상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필수 장소인 78계단은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만이 아니라 그 특성 때문에도 명물로 자리 잡았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려 일흔여덟 개의 오름돌로 이루어진 계단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78계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계단을 지나는게 싫어서 식당에 내려가지 않고 위에서 점심을 먹는 학우들도 많고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78계단을 지나면 다시 배가 쑥 꺼진다고도 한다. 이러한 공포의 78계단에 대해 원망하는 학생 역시 많고 학생들 대부분 역시 왜 하필 일흔여덟 개로 지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곤 한다.

이러한 의구심에 칠전팔기(七顚八起)에서 78을 따왔다고 하기도 하고 78계단을 지나는 운동량이 적절한 운동량이라는 등 이에 대한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진 해석들이 입을 따라 전해지기도 했으나 사실 확인해본 바, 건축적으로 공간이동이라는 계단의 의미만 있었을 뿐 그 외에 어떠한 의미도 두지 않고 설계된 것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계단이 이렇게 학교의 명물이 될 것이라고는 설계당시 생각도 하지 못했으리라.

78계단이 학교의 명물로 확고히 자리잡게 된 것은 축제나 새내기 배움터 등의 행사 때 행해지는 78계단 장식 때문이다. 높이도 높거니와 너비 역시 넓어서 계단의 사이사이(건축 용어로는 챌면)에 종이를 붙여 전체적인 하나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이 방법은 밋밋한 회색의 78계단을 화려하게 탈바꿈시킨다. 큰 행사 때마다 보여지고 있는 이 장식은 그 모습이나 화려함 역시 날로 더해져 학교 소개가 있으면 장식된 78계단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등 학교 내외로 명물이 되었다. 예전에 어떤 남학우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여학우의 이름을 써놓는 장식을 했다지만 지금은 이렇게 할 수 없다. 하나의 상징이 된 이상, 현재는 78계단 장식을 하기 위해서는 총학생회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개교 초부터 학생들의 발이 되어준 78계단은 그 역할만큼이나 얽힌 에피소드도 많다. 졸업할 때는 78계단 앞에서 학사모를 던지며 사진을 찍는 졸업생들, 계단 수를 잘못 세고 뛰어내리다가 깁스를 했다는 학우, 78계단에서 구르면 4년 안에 졸업을 못한다는 소문을 이겨낸 학우 등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은 우리 학생들의 생활을 대변해줌과 동시에 선배에서 후배로 미화되기도 하고 윤색되기도 하며 전해졌다. 그 중에 가장 특별한 사건이라면 자동차가 78계단을 내려왔던 일이다. 89년 당시에는 계단 중간의 보호대가 없었는데 학생회관에서 벌어지는 주점에서 그윽하게 한 잔 하신 분이 술김에 그만 자가용을 몰고 78계단으로 내려와 버렸다는 것이다. 차는 용하게도 뒤집히지 않고 끝까지 내려왔고 그 와중에 계단 몇 개만 차바닥에 부딪쳐 깨졌다고 한다. 게다가 그 아저씨는 재미있다고 하며 다시 차를 몰고 학생회관 쪽으로 올라가려했고 주위에서 겨우 말려서 집에 데려다 드렸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완벽히 보수되어 그 흔적을 찾기 힘들고 지금은 중간에 보호대가 있어서 이런 묘기를 할래야 할 수도 없다.

보호대는 더 시간이 흐른 뒤 96년도에 설치되었다. 어느 노교수님이 이런 높은 계단에 보호대가 없는 것이 말이 되냐며 항의를 하시는 바람에 중간에 설치하고 나중에 양 쪽 옆까지 설치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계단인 이상 보호대를 설치하는 것이 마땅하나 학교의 명물로 자리잡은 이상 미관을 위해서도 중간의 보호대는 없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일부 구성인의 의견도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개교 이래 학생들의 발이 되고 또한 많은 학생들이 공포의 78계단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토바이, 자전거가 확산되는 계기도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직도 직접 밟으며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다. 78계단 장식과 더불어 학교의 명물로 자리잡은 지금 시설운영팀에서도 주기적인 청소를 하는 등 78계단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처음 지을 때는 별다른 의미없이 지어진 단순한 계단에 불과하고 바쁜 아침 힘겹게 오르는 것이 힘들긴 하지만 이왕이면 칠전팔기의 생각으로 계단을 오르면서 스스로의 의지를 다지고 학교의 명물로서 아껴주는 것이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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