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60여 년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많은 발전을 거치며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한편, 이면에는 현재 ‘이공계의 위기’로 불리는 여러 문제도 두드러지고 있다. 후보는 대한민국 이공계의 연구ㆍ산업ㆍ교육 등 분야별 현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현재 우리나라를 있게 한 것은 이공계 인력, 즉 과학기술인들의 피나는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부가 R&D 지원을 본격화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연구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국가 전체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으며, 논문, 특허 등 양적 지표는 세계 수준에 도달하고 세계 100대 대학에 몇몇 대학이 이름을 올리는 등 이공계 연구, 산업, 교육 측면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R&D 성과물은 기술뿐 아니라 기술로 체화된 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일부에게 자원이 집중됐으나 이제는 소외됐던 다수에게 자원을 배분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성과물을 도출하는 건강하고 혁신적인 연구, 산업,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정부 R&D 지원은 선도형 산업, 중소ㆍ중견기업,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교육-연구 선순환을 통해 이공계 대학과 대학원의 역량 향상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2. 지난 2008년 2월 전 과학기술부와 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됐고, 산업기술 R&D 정책은 지식경제부로 이관해 각각 운영되고 있다. 후보가 구성할 새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과 관련된 정부조직이 어떻게 구성되며 그 조직의 지위와 역할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다음을 구상 중이다.
1)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고 R&D 수행부처를 선도하는 과학기술행정체제 구축
2) 융합형 혁신 R&D를 총괄하며 예산권을 법으로 보장하여 실질적인 권한 부여
3. 현 정권의 과학기술분야 주요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시행되고, 기초과학연구단장이 선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이들의 기초과학 연구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후보는 앞으로 이어받게 될 범국가적 과학산업인 ‘과학벨트’를 어떤 방향으로 관리ㆍ운영할 계획인가.
향후 정부 R&D 지원은 추격(fast follower)형이 아닌 선도(first mover)형 산업, 중소ㆍ중견기업 지원, 기초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오랜 논의를 거쳐 시작된 사업이므로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 기초과학연구원은 노벨상 등 세계 최고의 연구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4. 국공립대 자퇴생 10명 가운데 7명이 이공계 학생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포스텍을 비롯한 KAIST, UNIST, DGIST, GIST와 같은 우리나라 이공계 중심대학을 육성 및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공계 중심 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특성화와 전문화가 필요하다. 일반 대학과 똑같은 획일적인 기준으로 지원하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공계 중심 대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
5.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닷컴버블’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젊은 세대의 창업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며 육성 방안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우리 경제는 기존의 제조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 제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쉽지 않아 새로운 산업 동력의 창출 차원에서 지식정보산업의 발전과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창업이 활성화 되지 못하는 이유는 창업 기업들의 성공확률이 낮고 일단 실패하면 다시 재기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투자 부진으로, 빚을 얻어 경영할 수밖에 없다 보니 실패하면 재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없어서 국가경제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창업 활성화 대책으로는 벤처 경영자들의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 멘토링 체계가 필요하다. 벤처 캐피털의 활성화와 벤처를 지원하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아웃소싱 인프라가 잘 마련되면 벤처기업들이 비용 경쟁력을 올리고 핵심 분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재기 할 수 있도록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등 제도를 개선하고 실패기업인 재도전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인수합병 활성화와 불공정거래 감시가 중요하다.
6. 국가를 이끌어나갈 젊은 연구자들이 실질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구비 기준의 실효성이 부족하고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54.0%를 차지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의 처우에 대한 생각과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무엇인가.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현재 ‘규제 중심의 연구개발 관리 시스템’을 ‘자율과 책임 중심의 연구개발 지원 시스템’으로 개편하고 연구비 등 비현실적인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도전적ㆍ창의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겠다. 출연(연) 연구원 뿐 아니라 과학기술인들을 위해 전문경력지원센터 설치, 국가 의사결정 참여 확대, 경력 이동의 사다리 설치 등 경력관리를 지원하겠다. 심으로 미션형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책임운영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7. 최근 국제적으로 에너지 안보는 국가의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특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약 97%에 달하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 우리나라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비중이 약 32%를 차지하고 있는데, 독일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는 원자력의 비중을 낮추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다. 미국 및 유럽에서는 대체 에너지의 비율을 최대 20%까지 늘리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기도 하다. 후보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이끌어 갈 생각인가.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2010년 96.5%에 달한다. 고유가로 대표되는 에너지 위기 시대를 맞아 한편으로는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 에너지 수입비용을 줄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 자원겳〕恪?외교를 강화하고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 것은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2017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로 확대하고 난방 유류와 전기에너지간의 왜곡된 상대가격을 교정해 연료 낭비, 전력 수요 및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등에 대처할 계획이다. 원전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의 결합에 의한 저탄소 분산형 전원계획으로 전환을 모색하되, 안정적인 설비예비력 확보에도 노력하겠다. 자원겳〕恪?외교는 처음부터 투자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하는 절차를 가짐으로서 실패 확률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
8. 노무현 정부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디지털TVㆍ방송 △차세대 이동통신 △디스플레이 △바이오 신약ㆍ장기 등을, 이명박 정부는 신성장동력 6대 분야로 △에너지 및 환경 △수송시스템 △뉴IT △융합신산업 등을 선정한 바 있다. 후보는 우리나라 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과학기술 분야의 성장동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IMF 이후 우리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특정 기술과 특정 산업을 지정해서 집중 육성해 왔다. 성과도 많았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것도 현실이다. 이제는 소수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다수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9.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과학기술 분야의 성장동력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에는 많은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가 있다. 그러나 그간 인재의 활용이나 협력은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혼재돼 있던 산학연, 즉 박사 연구자가 많은 대학,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ㆍ중견기업 연구전문기관인 출연(연) 등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실질적인 협력체계를 마련하겠다. 대학은 인재 양성과 혁신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공공기관인 출연연과 기업은 더욱 밀착해 혁신경제 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혁신체계(NIS: National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하겠다.
이렇게 새롭게 구축한 국가혁신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 행정체계, 연구개발 사업 및 관리 시스템 전체를 재편할 계획이다.
9. 이제는 사회, 경제, 문화, 외교 등 국정 전반 및 국민의 삶과 과학기술을 분리할 수 없다. 과학기술인들도 본인의 전문분야뿐 아니라 타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또한 과학기술인들이 과학기술을 사랑하지 않으면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없다. 최근 이공계 기피나 홀대론이 너무 강하게 확산돼 오히려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거나 자긍심을 잃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과학기술인이 자긍심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건강하고 창의적인 과학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