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하나 되는 포카전
포카전이 진정한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 있는가가 또한 문제가 된다. 포카전의 목적은 과학적 실력 경쟁과 양교 학생 간의 친목 도모다. 물론 ‘Science War’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쟁도 중요하지만, 서로 만남을 ‘공유한다’는 의미보다 자존심을 건 싸움에 너무 치중되어 있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제11회 카포전 천준수 카이스트 단장은 “가면 갈수록 너무 서로 대결적인 측면이 강조되다 보니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실제로 포카전 진행 시 경기종목 이외에, 서포터즈가 직접 교류할 기회는 별로 없다. 포준위 관계자에 따르면, 포준위와 카이스트 행사준비위원회 사이의 교류 외에는 양교 서포터즈 간, 심지어 경기출전 선수들 간에도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비어 파티와 같이 가벼운 술자리를 가지는 행사는 포카전 초기부터 있었지만, 이는 서포터즈 모두 하나 될 수 있는 진정한 교류의 장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실제로 교류를 위한 술자리 자체가 일종의 ‘대결’로 변질하는 경우도 많다.
포카전이 ‘양교 학생 간의 친목 도모’를 하나의 목적으로 삼은 만큼, 승패를 떠나 서포터즈 모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 혹은 경기가 필요하다. 포카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의 한 학생은 “다 같이 놀 수 있는 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에 이러한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양교 학생들이 팀을 이루어 미션을 수행하는 친목 경기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아리 합동 행사 등 교류와 참여의 사이에서 중첩 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첫 회부터 제시되었지만, 현재까지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우리대학 학생지원팀 관계자도 이에 대해 “참여하는 공연 팀과 선수의 입장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다수 참여자를 고려하는 운영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11회 카포전에서 모두 하나 되는 벅찬 순간들이 있었다. 치어로와 ELKA 합동공연에서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여잡고 양교의 응원가를 번갈아 부르는 모습, 폐막식 때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오자 모두 함께 뜨거운 춤판을 벌이는 모습. 이런 모습이 붉음과 푸름이 어우러진 진정한 ‘교류전’이 아닐까.
앞으로 이러한 교류의 기회를 넓히기 위해서는 기획 측의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 두 번의 포준위와, 한 번의 선수단 참가 경험이 있는 류재현 동문(화학 05)은 “실질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행사라는 목표는 (중략) 여러 해에 걸쳐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과정 안에서 피드백을 통해 기획을 다듬어가면서 실현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좀 더 장기적인 시각에서 포카전을 조망할 수 있는 생각나눔이 실질적인 교류를 가능하게 할 방안을 마련하여 준위에 조언하고, 꾸준히 피드백과 수정/보완을 담당하여 차차 개선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승패의 결과는 한쪽의 기쁨과 한쪽의 아쉬움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를 벗어나, 하나 되어 기쁨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면 포카전은 앞으로 더욱 밝은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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