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벗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의 진실한 벗을 가질 수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중 하나이다. 한, 두 다리만 건너면 너도 나도 모두 아는 사이가 될 정도로 학생 수가 작은 우리 학교에서, 많은 벗을 가진다는 것은 어쩌면 참 쉬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인생에 한번 뿐인 나의 대학 시절을 진실된 친구와 함께하고 있는가?
매일 아침 강의를 듣기 위해 78계단을 오를 때면, 낯익은 뒷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강의가 끝나고 폭풍의 언덕을 내려올 때에도, 올라오는 학생들 중 다수가 아는 얼굴이다. 어떤 날은 마주치는 친구들에게 인사하기 지쳐 못 본 척 다른 곳을 보며 지나가기도 한다. 미니홈피에 추가되어 있는 일촌들만 해도 엄청나지만, 정작 가깝게 교류하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다. 포스테키안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다.
대학 시절은 사회로 나가기 전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소양을 준비하는 중요한 때다. 자신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전공과목 공부를 열심히 하고, 또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고, 뿌듯한 성취감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렇듯 중요한 시기에, 기쁠 때 함께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화나고 슬플 때 옆에서 마음으로 위로해주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하다. 알고 지내는 친구는 많지만, 대학 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수많은 희로애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나 역시 대학에 들어온 이후로 분반이나 학과, 동아리 등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 중 깊게 사귀고 있는 친구는 극히 소수이고 이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 두 명의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만 마음을 쏟는 것도 힘든데, 다른 모든 친구들에게까지 진실된 마음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사람을 알고 적절한 긴밀함을 유지하는 것이, 훗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고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진실한 벗’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만약 지금 나에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실된 친구가 있다면, 바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깊이 있는 관계를 유지하자. 피곤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짜증을 낼 수도 있고, 작은 일 때문에 싸우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만을 우선으로 생각하거나 본인의 이익만을 추구하지 말고,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믿고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도록 하자. 우정은 사소함에서부터 쌓아나가는 것이다. 고민을 들어주거나, 약속 시간에 조금 늦더라도 불평 없이 기다려주거나, 친구가 아플 때 옆에 있어준다거나 하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 나간다면 소중한 우정을 변함없이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과제로 지치고 시험으로 힘들 때, 옆에서 함께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힘이 되는가. 많은 사람을 사귀는데 급급하기 보다는, 지금 나와 제일 가까운 친구와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는 것을 우선시하자. 나중에 나이가 들어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대학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로 소중하게 추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