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과학기술의 바닷속에서 살고 있다. 매일 새로운 기술들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기술들은 더욱 발전된다. 기술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순수과학 연구자들이나 공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 됐다. 그렇다면 이들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리는 끝없이 더 빠르고, 더 작고, 더 가벼운 것을 추구한다. 1990년대까지 쓰이던 1.44MB의 플로피디스크는, 약 20년이 지난 지금 손가락보다 작은 512GB의 USB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이대로 빠르게만 진행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무조건 빠르고, 작고, 가벼운 기술만이 ‘더 좋은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사설은 대중이 과학기술과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한다. 대중은 과학기술과의 사랑에 눈이 멀어, 기술이 가져다줄 밝고 화려한 미래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자칫 기술의 발전 이외의 삶과 가치관을 배제해 버릴 수 있다. 본래 기술은 여러 사람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 존재의 의의가 있는데, 만약 기술이 삶과 가치관을 배제해버린 채 발전되기만 한다면 차갑기만 한 기술이 될 것이다. 그 예로 현대 물리학의 가장 앞선 분야인 핵분열은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폭탄으로 개발되었다.
KAIST에서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임 중인 배상민 교수는 흔들어서 뿌리는 형식의 모기퇴치 스프레이를 개발한 적이 있다. 이 스프레이는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의 소리를 내어 모기를 퇴치하고, 흔들면 충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말라리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제품이다. 사실 이 제품에 사용된 기술은 최첨단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술을 통해 누군가는 말라리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미래 기술을 책임질 학생들이 연구할 때 이처럼 사람을 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연구실에 들어가서 더욱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기술을 연마하고 개발하는 것이 아닌, 자기가 연구하는 기술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만든 기술 조금 더 따뜻한, 사람을 위한 기술이 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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