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 첫 1,000만 관중 돌파, 그 비결은
KBO 리그 첫 1,000만 관중 돌파, 그 비결은
  • 김윤철, 양지윤 기자
  • 승인 2024.10.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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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달성하며 스포츠를 넘어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하고 있다(출처: KBO 보도자료)
▲프로야구가 1,000만 관중을 달성하며 스포츠를 넘어 문화 콘텐츠로 발돋움하고 있다(출처: KBO 보도자료)

“혹시, 야구 좋아하세요?” 올해 들어 부쩍 자주 들려오는 질문이다. 1982년 출범한 우리나라의 프로야구, KBO 리그는 올해 1,000만 관중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우여곡절로 시작한 올해의 프로야구가 대기록을 달성하며 흥행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유료 중계 전환으로 흔들렸던 시즌 초반

올해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온라인 야구 중계방송을 유료 사업으로 전환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네이버, 다음 등의 포털을 통해 무료로 생중계를 시청할 수 있었지만, 올해 5월부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티빙을 통해서 월 5,500원을 지불해야만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무료로 야구를 즐겨 온 팬들의 반발이 적지 않았고, 시즌 초반에는 중계의 질이 저하됐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야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이어졌지만, 우려가 무색하게 2024 KBO 리그는 평균 1만 5,122명의 관중을 기록하며 역대 처음으로 전 구단 평균 관중 1만 명 이상이라는 기록을 써냈다.

새로운 야구장 문화와 치열한 순위 경쟁

‘야구 신드롬’의 중심에는 여러 미디어의 영향과, 이를 통해 달라진 야구 문화가 있다. 이전에 야구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인해 다소 진입 장벽이 높은 종목으로 통했다. 하지만 야구 콘텐츠의 활성화로 야구장의 문턱이 점점 낮아졌다. JTBC에서 방영 중인 ‘최강야구’는 올해 상반기 주간 화제성 조사에서 비드라마 부문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이는 은퇴한 전직 선수들이 ‘최강 몬스터즈’라는 팀을 결성해 활동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으로, 실제 프로 2군 등과 경기를 치르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야구 콘텐츠들이 쏟아지며 단순한 흥행 이상의 새로운 ‘야구장 문화’를 만들어 냈다. 

10개 구단의 역대급 순위 경쟁도 이번 시즌 흥행에 한 획을 그었다. 정규시즌 리그 상위 5위권에 들어간 팀들은 ‘가을야구’로 불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게 된다. 가을야구 티켓의 주인공을 결정하는 운명의 경기들이 시즌 종료까지 이어지며 팬들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KT 위즈와 SSG 랜더스는 정규 시즌을 공동 5위로 마무리하며 리그 출범 이후 사상 첫 5위 결정전이 열리게 됐다. 유례없는 순위 경쟁으로 인해 팬들은 3월 정규시즌 개막부터 9월 시즌 종료까지 함께 긴장하고 웃으며 선수들만큼이나 바쁜 반년을 보냈다.

관중을 위한 KBO의 경기 운영 혁신

KBO도 올해 프로야구 흥행의 숨은 주역이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 간 경쟁의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관중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규정을 도입하거나 정비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이하 ABS)이 꼽힌다. ABS는 트래킹 시스템을 활용해 투수가 던진 공의 위칫값을 추적한 후 심판에게 해당 투구의 스트라이크 또는 볼 판정을 전달한다. 심판마다 다른 스트라이크존 판정으로 매 시즌 심판-선수 간 갈등이 불거졌던 만큼 높은 정확성을 보이는 ABS는 경기 운영의 공정성을 높였다. 또한 KBO는 선수들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장려하기 위해 베이스 크기를 조정하고, 수비 시프트를 제한했다. 선수들의 적극적인 공격과 주루로 박진감 있는 경기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KBO의 제도 개선은 시즌 중에도 이어졌다. 지난 7월에는 KBO가 피치컴(PitchCom) 도입을 결정지었다. 피치컴은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받는 전자 장비로, 기존의 수신호가 아닌 버튼과 전자 음성 형태로 투구 사인이 전달돼 경기 시간이 단축되는 효과가 있었다.

MZ 세대를 공략한 마케팅의 성공

KBO와 각 구단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젊은 팬층을 중심으로 리그의 인기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BO는 올해 티빙과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며 경기 관련 숏폼 영상 등 2차 저작물을 허용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 등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야구의 다양한 요소가 MZ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기아타이거즈 이주은 치어리더가 춤을 추는 ‘삐끼삐끼’ 숏폼은 조회수가 8,000만을 넘으며 전 세계적인 밈이 되기도 했다. 또한 각 구단은 유니폼과 각종 굿즈를 활용해 젊은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였다. 롯데 자이언츠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와 함께 굿즈를 제작했고, 두산 베어스는 인기 캐릭터인 ‘망그러진 곰’과 협업해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젊은 관중들은 아이돌 팬덤처럼 포토 카드를 뽑고, 독특한 유니폼과 응원 도구로 개성을 뽐냈다.

KBO는 아직 안주할 때가 아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수십 년 역사 중에서도 기념비적인 한 해를 경험했다. 1,0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주요 팬층의 연령대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한국시리즈를 끝으로 올해 리그 일정은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는 내년을 준비할 시간이다. 허구연 KBO 총재는 시즌 말미 OSEN과의 인터뷰에서 “1,000만 관중 달성이 아직 정착하지는 않았다. 팬심이 떠나가지 않도록 많은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라며 올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관중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공정한 경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이 모여 리그의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 내년에는 어떤 양상의 리그가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