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번 개혁은 성공할까
국민연금, 이번 개혁은 성공할까
  • 조원준, 김윤철 기자
  • 승인 2023.12.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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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출처: 경향신문)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발표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출처: 경향신문)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보장제도의 일종으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한 18세 이상 60세 미만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의무가입 대상이다. 국민연금 설계의 기본 원리는 가입자에게 월 소득의 일부분을 걷어 기금을 만들고, 정년을 지나 수급 개시 연령이 된 가입자에게 급여를 다달이 지급하는 방식이다. 1988년부터 35년째 시행 중인 국민연금제도는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함에 따라 점차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제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로 전환돼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됐다.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연금 수령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최근 국민연금 개혁의 시급성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난 10월 정부가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안’을 발표하며 개혁에 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발표된 개혁안에서는 △지속 가능한 노후 소득 보장 제도로의 개편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 방식 전환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적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중점을 둔 5대 분야 주요 개선 과제가 담겼다. 제시된 5대 분야는 △노후 소득 보장강화 △세대 형평 및 국민 신뢰 제고 △재정 안정화 △기금 운용 개선 △다층노후 소득 보장 정립이다. 일각에서는 제시된 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방향성만 제시했기에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연금 개혁의 핵심이 되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지급개시 연령에 대해서 대략적인 수치조차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지적됐다.

국민연금제도는 첫 설계 시점부터 저부담·고급여로 설계됐기에 개혁이 불가피했다. 문제를 인식한 정부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이후부터 2차례에 걸쳐 개혁을 추진했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점점 커졌고, 개혁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 때 개혁안이 제시됐지만 입법화에 실패했고, 현재 윤석열 정부도 구체적인 사항 없이 방향성만 제시하는 데 그쳤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민연금 개혁이 쉽지 않은 과제로 분류되는 이유는 다양한 개혁안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이미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상당히 심화했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로 인해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 수가 줄면서 국민연금 재정을 내는 인구가 감소했지만, 고령화 현상으로 국민연금 재정의 지출이 증가했다. 해결을 위한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인상이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에서는 네 가지 요소에 대해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며 개혁 방안에 대한 최소 20개의 시나리오를 담았다. 이 중 △보험료율 인상 △수급 개시 연령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는 연금 가입자인 국민이 손해를 보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건드릴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을 인상하는 것 또한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즉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이 손해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므로 정부와 국민이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타협해야 가능하다.

한국의 국민연금이 마주한 현실은 과거 해외 주요국이 이미 경험한 상황과 비슷하기에 캐나다와 일본 등의 성공 사례에서 올바른 연금 개혁 방식을 배울 수 있다. 두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연금 개혁 성공의 열쇠는 ‘충분한 사회적 협의’와 ‘미래 세대의 부담을 고려한 개혁’이다. 캐나다의 경우 1995년 재정 건전화를 목표로 국민연금과 유사한 ‘소득비례 연금’ 개혁에 나섰다.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연금 재정에 관한 정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18개 도시에서 총 33개의 세션을 열어 국민 대상 ‘공공 협의’를 진행했다. 연방정부는 보험료 인상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모두 납득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성공했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보험료율을 기존 5.6%에서 9.9%로 인상했다. 일본의 경우 2004년 국민연금과 유사한 ‘후생 연금’의 보험료율을 기존 약 13.6%에서 18.3%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일본은 미래 세대가 질 부담과 받게 될 연금 급여를 고려해 구조개혁 방식을 택했다. 일본 정부는 보험료를 납부할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료율 인상의 상한선을 18.3%로 설정하는 ‘보험료 수준 고정 방식’을 도입했다. 더불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는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연금액 자동조정 장치를 도입해 인구구조 변화에 재정이 자동으로 대응토록 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고 가족 구성, 노동 등 사회구조 전반이 변화함에 따라 국민연금제도 개혁은 불가피하다. 국민연금 전반을 개혁하는 데 핵심은 국민연금의 본래 취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를 살려 국민 전체의 복리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도출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국민연금 개혁이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감과 화합 아래, 국민연금에 관한 합의안이 도출돼 안정된 개혁의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