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년 초에 입대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기분이 좋다. 그동안 하늘에 제발 군대에 보내달라고 빌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사람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나는 1학년 때 카투사 모집에 떨어지고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2학년 여름방학 말이 돼서야 다시 입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입대 시기를 맞춰 바로 복학해 시간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었다. 원하는 날짜에 입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원하는 보직에 지원하는 모집병과 수강 신청하듯이 입대 날짜를 선착순으로 잡는 방법이다. 나는 또한 최대한 실속 있는 군 생활을 위해 원하는 보직으로 가고 싶어 모집병을 알아봤는데, 그만 충격을 받고 말았다.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산점을 위해 헌혈이나 봉사활동을 해야 했고, 자격증을 따고 면접 준비도 해야 했다. 내 머릿속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대가 힘들 줄은 몰랐던 나는 너무 늦게 입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흔들리는 정신을 다잡고 조사를 계속한 끝에 SW개발병이라는 보직을 발견했다. 헌혈이나 봉사활동 점수가 없었기에 지금 준비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2주 동안 공부해서 COS PRO라는 코딩 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자격증 시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SW개발병 선발 인원이 전국에서 1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합격자들의 스펙도 다시 보니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눈물을 머금고 나는 또 다른 모집병인 기술행정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의 자격증은 휴지 조각이 됐고, 헌혈과 봉사활동으로 점수를 쌓아야 했다.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혈을 3일에 한 번씩 하면 합격점이 가능했지만, 빈혈로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봉사활동을 부랴부랴 신청했다.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버스를 타고 아동센터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는 생활을 하던 중, 징집병 입영 날짜 신청 기간이 돌아왔다. 나는 모집병에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안전한 날짜를 잡아두고 싶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원하는 날짜를 다 실패하고 터무니없는 날짜를 잡게 됐다. 내가 잡은 날짜를 보고 있자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이쯤 되면 정말 비참해진다. 제발 군대에 보내달라고 하늘에 빌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그러나 결국 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했고, 덕분에 원하는 보직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마침내 원하는 입대 날짜를 받아냈다. 이 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3개월 동안 수많은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며 고민과 불안감으로 잠식돼 있었다. 그리고 수없이 후회했다. 한 달이라도 빨리 준비를 시작했다면 훨씬 편하게, 더 좋은 곳에 입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대학원 진학에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미리 준비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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