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학은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의 학기를 시작해 어느새 학기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한동안 잃어버렸던 대학 생활의 일상도 차차 회복 중이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 기능 역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모습을 찾아간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치열한 논쟁이 있는 대학 모습을 되찾아간다.
대학이 교육을 하는 곳인지 연구를 하는 곳인지 논쟁을 벌이곤 한다. 대학을 학교라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은 이런 논란이 의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초연구가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대학원생 교육 및 양성 과정에서 연구 활동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대학과 같은 연구중심대학은 이런 특징이 더욱 뚜렷하다. 한편 대학이 산학협력과 창업에 더욱 전념해야 한다고도 한다. 최근 대학이 더욱 기업가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이에 맞서 그러면 집은 누가 지키냐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런 활동들 간의 차이가 마치 칼로 무를 자르듯이 뚜렷하게 구별되지는 않는다. 모든 대학이 연구기관이라거나 창업사관학교라는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전체 사회를 하나의 규범으로 좌지우지하려는 시대와 다를 바 없다.
나아가 대학이 연구를 잘 하기 위해 연구환경을 갖춰야 한다거나 산학협력과 창업 활성화에 기여하려면 노력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단편적인 측면이 많다. 더 나은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연구비를 확대해 많은 교수가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더 많은 신진연구인력이 대학에 채용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담론은 좀 더 확장될 수 있다. 이공계 교육 역시 다양한 층위가 있다.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익히는 학문적 지식은 대학 때 구축한 탄탄한 기초 지식에 기반을 둘 것이다. 좀 더 확장하면 중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과 과학, 초등학교의 학습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인문사회적 지식을 갖추지 못한 절름발이 과학기술인을 양성하는 교육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사람들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는가.
흔히 과학은 가치중립적이고 정치나 국제정세와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블랙홀의 원리를 찾아내고 인공위성에 활용돼 착한 과학이고, 원자폭탄의 상대성이론은 나쁜 과학이라 볼 수는 없다.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는 과학 자체는 선악을 따질 수 없는 자연 그 자체일지 모른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투자하고 활용하는 정책은 사회와 동떨어져 있을 수 없다.
최근 사회문제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을 많이 이야기한다. 마치 과거에는 과학기술이 사회와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 경제와 산업 개발에만 치중했고, 다른 사회적 이슈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비판으로도 보인다. 이런 관점은 그간 기초과학이나 고등인력 양성에 관심과 투자가 부족했다는 시각도 포함된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그간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산업 발전에만 매몰됐다는 비난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고성장 시대에 우리 사회가 과학기술에 기대한 역할이 산업 발전이었다. 선진 기술을 도입하고 생산단가를 낮춰서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이 당시 과학기술에게 요구한 사회적 문제였다. 이후 기초연구의 지원을 비롯해 기술창업, 기후변화 대응 등 더욱 많은 사회적 문제로 과학기술의 역할이 확장된다는 관점이 보다 타당하다.
이외에도 다양한 과학기술 정책의 담론이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나노과학을 육성하고 바이오산업을 키우며 양자기술에의 집중 투자가 발표됐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나노 △바이오 △양자보다 범위가 좀 더 넓은 거 같다. 가령 인공지능이라 하면 우리는 상당히 좁은 의미의, 전통적인 인공지능에 치중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컴퓨터공학 등 일부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특히 산업적 개발이나 응용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기초연구에서부터 제품과 산업까지의 스펙트럼이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육성 전략은 좁은 의미의 기술 분야 개발보다는,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 과학기술 투자를 이끌어내는 매개이다.
이제 다시 일상을 찾은 대학이다. 온라인 수업만으로는 채울 수 없던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캠퍼스의 낭만뿐 아니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지성인의 대학도 엔데믹 이후 찾아야 할 대학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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