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한 뒤 물 한 모금, 그리고 명상 20분. 최근 유튜브 조회 수 6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된 ‘10억 달러 모닝 루틴’ 영상이다. 이런 생활 루틴에 대한 관심은 흔히 생각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영향이 아니다. 생활변화관측소에 따르면,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루틴’에 대한 언급량은 지난 2016년 대비 7배 이상 증가했다. 동 기관에서 출판한 ‘트렌드 노트 2021’에서 올해는 ‘리추얼 트렌드’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추얼(Ritual)은 사전적으로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인 ‘의식(儀式)’을 뜻하지만, 일상에서 반복하는 혼자만의 의식을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기상 후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물을 마신 뒤, 명상하는 일련의 행위가 리추얼인 셈이다.
리추얼과 습관은 반복적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습관은 반복적 행동을 통해 삶의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자 한다면, 리추얼은 일상 속 반복적 활동 그 자체의 의미를 반추해보는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는 최근 바뀐 자기계발서 트렌드 속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는 좋은 습관을 갖기 위한 노력과 끈기에 집중했다. 그 예로 지난 몇 년간 인기를 끈 △성취를 위한 끈기의 중요성을 다룬 ‘그릿’ △반복적 행동이 만드는 극적인 변화를 다룬 ‘습관의 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등이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일상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줄 생활 루틴을 소개하는 도서들이 주목받고 있다. 출간과 동시에 자기계발 분야 정상에 오른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는 새벽 기상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아침형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가 증가하면서 시간적 약자로 여겨졌던 직장인들에게 시간의 자유가 주어졌다. 이에 업무가 아닌 ‘일상’의 중요도가 높아지며 평범한 일상을 어떻게 의미 있는 시간으로 채워 나갈지가 현대인의 새로운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리추얼은 반복적인 활동을 통해 일상을 통제함으로써 불안정의 시대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리추얼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불리는 MZ 세대다. MZ 세대는 19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한다. 비교적 개인보다 집단을 중시하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자기애가 강한 MZ 세대는 자신의 취미활동이나 자기관리에 투입하는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올해는 MZ 세대 모두가 만 20세 이상이 되는 첫해다. 이에 많은 플랫폼 기업들은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MZ 세대를 겨냥한 자기관리 플랫폼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챌린저스’는 자신이 원하는 챌린지에 돈을 걸고 달성률에 따라 환급받는 시스템으로 구성된 자기관리 앱이다. 인기 챌린지로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기, 주 3회 헬스장 가기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내게 선물 주기, 1일 1기사 읽기 등 500개가 넘는 다양한 챌린지가 올라와 있다. 챌린저스를 운영하는 최혁준 대표는 해당 앱을 “돈을 내고 의지를 산다”라고 요약한다. 돈을 걸고, 구체적인 목표 설계가 뒷받침된 채로, 사람들과 함께해 지속하고, 보상이 이뤄지는 4가지로부터 습관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챌린저스는 출시 1년 만에 애플 앱스토어 ‘생산성’ 분야 1위에 올랐으며, 참가자의 평균 성공률은 89%다.
야나두에서 출시한 동기부여 플랫폼 ‘유캔두’ 또한 ‘인증’과 ‘보상’이란 게임적 요소를 통해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는 리워드 앱이다. 다만 챌린저스와 달리 참가비가 필요 없고, 스폰서가 개설한 프로모션의 취지에 맞는 ‘두잇(do it)’이란 미션에 참여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성공 지원금을 받는다.
밑미(Meet Me)는 ‘현재의 나를 마주하고 진짜 나를 만나자’라는 취지의 심신 치유 및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오프라인 심리 상담과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의 경우, 참가자는 4주 기준으로 5~8만 원을 내고 비슷한 고민을 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자신의 리추얼을 공유한다. 공유 과정을 통해 연대감과 소속감을 느끼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꾸준히 갖게 된다. △글쓰기 △집 가꾸기 △비건 식사 △제로 웨이스트 등 프로그램 종류가 다양하다. 참가자를 격려하는 다양한 분야의 ‘리추얼 메이커’의 존재가 다른 자기관리 플랫폼과의 차이다.
브이로그 형식뿐만 아니라 실제로 공부하는 모습을 찍은 ‘스터디윗미(Study With Me)’라는 영상 콘텐츠도 인기를 끌고 있다. 1~2시간부터 길게는 10시간이 넘는 공부 영상을 숱하게 볼 수 있고,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도 진행된다. 영상을 시청하면서 공부하면, 일정 시간 동안의 특정 공부 환경을 조성할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한다는 기분으로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취지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대학에서도 시험 기간에 소규모 지인끼리 하루의 일정 시간 동안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고자 Zoom 회의를 만들거나, 오픈 채팅방으로 공부 계획과 인증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MZ세대에게 성공의 정의란 남보다 나은 내가 아닌,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다양한 자기관리 커뮤니티가 생겨나고 주목받고 있다. 지금과 같이 리추얼을 조성하기 유리한 환경에서,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일상 속 자신만의 리추얼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그로부터 언제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세상 속 안정감을 찾고, 자신을 살펴보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