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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딱 이때쯤이었다. 그날 나는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예비소집이 열리고 있는 모교 체육관에 있었다. 안내 책자를 받고 수능에 대한 각종 유의사항을 들으며 내일의 자유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진이 났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체육관이 흔들리면서 울리는 소리가 흔들림보다 더 크게 느껴져서 3초 동안은 지진인 줄도 몰랐다. 잠시 어리둥절하고 나서 흔들림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앉았던 플라스틱 의자로 머리를 감쌌다. 진동이 멈추자 운동장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이 문마다 가득했다. 운동장에 모인 학생들의 휴대전화에서는 연신 긴급재난문자 알림이 울렸다. 다들 문자 보내고 전화하느라 기지국도 먹통이었다. 운동장에 있을 때도 여진은 계속 이어졌다. 여진이 잠잠해지자 하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고,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수능이 미뤄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수능이 그대로 시행될 수도 있었기에 함께 수능대박을 다짐하고 헤어졌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포항을 빠져나가고자 하는 차들로 꽉 막혔다. 걷는 것이 더 빠를 정도였다. ‘이렇게 큰 지진이 났는데 수능을 그대로 치겠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혹시 몰라 고사장과 고사실 위치를 확인했다. 집 앞에 도

78내림돌 | 김성민 기자 | 2018-11-29 11:25

인류 사회의 보편 가치는 일정 수준의 교육을 받은 시민에게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자유, 평등, 정의를 추구하며, 인간의 본성이나 감정에만 의존하지 않는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으로 권리를 누리며 의무를 다할 때 우리 사회는 유지된다. 개인의 행복 추구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로 보장돼야 하나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하는 여러 가지 불평등 요소, 즉 성, 피부색,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정치적 좌표, 성적 지향성, 신체장애 여부, 개인이 축적한 부의 정도, 소득 규모, 직업의 안정성 등 너무나도 다양한 측면에서 불편, 부당한 대우를 받고 행복 추구권을 제한받는 개인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강자와 약자, 혜택을 많이 누리는 자와 기회를 박탈당한 자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데 있다. 건강한 사회일수록 이런 차이가 작고, 그 차이를 극복할 기회도 많이 주어진다. 대학 구성원은 크게 학생과 직원, 교수로 나눌 수 있으며 각자의 권리와 의무를 지고 있다. 충분한 권리를 보장받고 있느냐와 주어진 권리를 남용하지 않으냐의 문제, 과도한 의무를 지고 있느냐와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느냐의 문제는 구성원 간의 긴장 요소로 늘 잠재돼 있는데, 모두를 만

사설 | . | 2018-11-29 11:24

만화/만평 | times | 2018-11-29 11:23

낮에는 마사지숍, 추운 겨울날에는 손 세차장. 비좁고 가난한 달동네에서 아등바등 살아가는 백상아(한지민)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순식간에 작품 속 세상에 빠져들게 한다.김지은(김시아)은 게임중독인 아버지에, 계모 밑에서 학대를 받으며 살아가는 9살 꼬마이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화장실에 갇혀 야윈 몸, 수많은 구타로 몸에 새겨진 학대의 자국들은 아직도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아동학대의 현실을 보여준다.대한민국의 아동학대는 2013년 6800건에서 2016년에는 19000건으로, 해가 지날수록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 중, 원가정 보호는 약 14000건으로, 73%에 달하는 아이들이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학대를 당했던 가정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다. 이런 아동학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영화 ‘미쓰백’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고발 영화’라고 생각한다.‘미쓰백’은 작중 백상아가 자기 자신을 칭하는 별명이다. 술에 찌들어 밤이면 학대를 일삼았던 어머니에게서 도망친 그녀는, 세월이 지나서도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학대의 흔적을 잊지 못한다. 지은이의 몸에 선명히 남아있는 학대의 자국과 백상아의 가슴에 찌든 지난날의 상처들이 겹쳐

포스테키안의픽 | 이신범 기자 | 2018-11-07 15:08

작년 가을, 계절이 딱 이맘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방문 일정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인천 송도로 향했다. 우리가 연세대와 개방 공유 협력을 추진하게 되었고 상견례를 겸해 첫 회의를 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그날을 기점으로 ‘미래도시’는 ‘바이오’와 함께 연구 분야 협력의 양대 축 중 하나로서, 우리대학과 연세대 간의 개방적 협력 노력의 선발대가 됐다. 그 후 몇 번의 회의를 더 거치며, 대학의 혁신에 대한 양 대학 총장님들의 의지에 참여 구성원들의 노력이 더해져, 처음의 그 생소해 보이던 주제는 몰라볼 만큼 구체화됐다. 협력의 범위도 점차 넓어져, 바이오와 미래도시 이외에도, 교무/학생, 에너지 소재, 블록체인 캠퍼스 등 여러 ‘분과’가 만들어지며, 분과 간에 경쟁이라도 하듯 빠른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협력의 이유: 미래도시의 가능성, 국가 차원의 대비는 충분한가?미래도시 분과의 협력이 시작된 시점은 양 대학에 서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연구소가 이제 막 출범한 상태였다. 연세대는 ‘미래도시와 사회 연구원’, 우리대학은 ‘미래도시 연구센터’로 이름이 서로 유사할 뿐 아니라, 각 대학 내 연구 역량을 집결하고 대외적으로 개방적 협력을

노벨동산 | 곽지영(산경) / 산학협력전담교수 | 2018-11-07 15:07

한 해가 끝나가던 2017년 12월 31일, 나는 장례식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암으로 건강이 좋지 못하셨는데, 이번 겨울에 감기에 걸리셔서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친척들은 이미 와 있었고, 나는 조문을 하고 친척들과 둘러앉았다. 때가 되어 입관식을 하는 시간이 됐다. 사실 나는 이때까지 입관식에 참여해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이날 처음으로 죽은 사람을 실제로 봤다. 옆에서 작은할머니와 그의 아들딸은 오열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슬픔은 소중한 사람이 죽는 것이었다. 죽음 앞에서는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가 비참할 뿐이었다.사람은 죽는다. 이것만큼 자명한 진실은 없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왕이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들이나, 평범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나 비참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 모두 죽었다. 또한 지금 세상을 살아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우리의 삶은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걸어가는 삶이다. 나는 그날 장례식장에서 나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항상 지금의 모습처럼 살아갈 것 같지만 나도 늙어 쇠약해지고, 숨이 끊어질 것이다. 어쩌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죽음을 거부할 수 없는 우리는

지곡골목소리 | 박건 / 생명 17 | 2018-11-07 15:04

처음 우리대학이 연세대와의 개방 공유 정책을 발표했을 때, 오해와 함께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유는 우리대학과 연세대가 캠퍼스를 공유한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공유하고 무슨 이익이 있으며 무엇이 바뀌는가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기사에서 우리대학과 연세대의 구체적인 공통 연구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 분과를 소개해줬는데 덕분에 어떤 방식으로 대학 교류가 이뤄지며 무슨 장점이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우리대학의 전체 교수님 중 1/4 이상이 바이오 관련 연구를 직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생명과학과를 포함해 기계공학과, 물리학과, 화학공학과, 화학과 등 다양한 학과에서 바이오를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에는 바이오 연구가 실제로 사용되는 병원 시설이 없다. 연세대는 국내 최고 시설의 대학병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캠퍼스 개방으로 의료 인프라의 강점을 공유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연세대 입장에서도 단백질 구조 분석 및 신약 개발의 핵심시설인 4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할 수 있어 바이오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연세대 국제캠퍼스가 자리 잡고 있는 인천 송도

독자리뷰 | 이석호 / 기계 17 | 2018-11-07 15:03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에 실시한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전체 가구의 28.1%(593만 가구)에 달한다. 그중 반려견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려견을 대상으로 한 △카페 △호텔 △식품 △미용 △보험처럼 다양한 사업이 빠르게 확산했다. 더불어 강아지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애견카페 주인과 같이 반려견을 상업적으로만 대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보다는 반려견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존중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나, 반려견 학대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동물보호법이 강화됐지만, 처벌은 여전히 가볍다. 반려견은 법상 생명체로 존중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민법 제98조에 의하면 인간 이외의 유체물은 ‘물건’으로, 반려동물은 개인의 소유물로 전락한다. 이와 달리, 독일은 동물보호법 1조 1항에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다’라고 명시하며 국가가 적극적인 동물복지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법만 미흡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반려견을 대하는 태도와 반려견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여전히 미흡하다.최근 SNS상에 강아지를 하늘 높게 던져 하늘과 같이 사진을 찍는 이른바 ‘강아

78오름돌 | 정유진 기자 | 2018-11-07 15:01

나는 남들과 같이하는 것보다는 혼자 하는 것을 즐기고 ‘고독’의 시간이 꼭 필요한 내성적인 성격이다. 어렸을 때는 이런 내성적인 성격이 싫어서 일부러 다른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많은 도전을 했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성격을 어느 정도 바꾼 것 같았으나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아직도 나의 성격이 내성적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친구들이나 룸메이트가 불편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숙사 특성상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내 성격이 이상한 건 아닐까?’라고도 많이 생각했었다. 하지만 대학교 입학 전 한 TED 강연을 듣고 나는 내 성격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됐으며 굳이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그 강연은 ‘콰이어트’의 저자 수잔 케인의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이라는 제목의 강연이었는데 내성적인 성격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통념을 꼬집고 있었다. 우리 사회는 외향적인 성격을 칭송하며, 학교나 직장에서는 개인보다는 팀으로서의 협력을 중요시하고 사교적인 환경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연사는 그런 사회적 통념은 옳지 못하다고 하며 내향적인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78내림돌 | 김영현 기자 | 2018-11-07 14:59

우리대학은 최근 매우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바로 국방부가 검토 중인 전문연구요원제도 4년 내 폐지안이다.1971년에 100만 명에 달했던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0년만인 2001년에 그 절반인 약 50만 명으로 감소했다. 그 후 20년을 조금 넘긴 몇 년 내에 또 절반인 2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즉, 반감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인구 절벽 현상은 내수 침체라는 경제 문제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경우,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입학정원 감축을 유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곧 고교 졸업생 수가 전체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면서 대학들이 문을 닫기 시작할 것이다. 1971년생은 우리대학 개교 초기의 입학생에 해당하며 2001년생은 내년과 후년의 입학생에 해당한다. 개교 이후 지난 30년간 이런 인구 절벽 현상에 더하여 이공계 기피, 의대 선호,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 등이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우리대학을 포함하여 지방에 위치한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은 해가 갈수록 우수 학부생과 대학원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사설 | . | 2018-11-07 14:57

만화/만평 | . | 2018-11-07 14:52

필자의 인생 목표 중 하나는 토지를 읽는 것이었다. 박경리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 만들어낸 한국문학의 결정체 가운데 하나라서 더욱 읽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더 단순하게는 토지가 아주 긴 소설이라는 것 자체가 도전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대학에서 처음으로 맞은 여름방학에 토지 읽기에 도전해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토지의 무대는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를 시작으로 경성과 일본 그리고 만주까지 뻗어 나간다. 그리고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광복까지의 사람들의 삶을 담았다. 평사리의 양반가 최참판댁의 주인이던 최치수가 살해된 뒤, 그의 딸 최서희가 여러 고난을 이겨내며 가문을 지키는 것을 중심 줄거리로 주변의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내용이 진행된다.농민 용이와 무당 월선의 애타는 사랑 이야기, 독립운동에 삶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 최서희의 집을 빼앗은 조준구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기를 거부한 곱사등이 조병수 등을 통해 작가는 한(恨)과 생명사상을 작품 전체에서 탐구하고 있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조건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이 생길 때 사람은 한을 갖게 된다. 용이와 월선은 신분이 한이었고, 조병수는

포스테키안의픽 | 김성민 기자 | 2018-10-11 00:22

우리대학과 연세대는 지난 3월, 개방·공유 캠퍼스 선언을 통해 교육, 연구, 산학을 포함하는 전면적 협력을 시작했다. 두 대학이 보유한 인력과 자원을 최대한 공유해 시너지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대학의 경쟁력을 가속시켜 궁극적으로 최고의 글로벌 대학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데 그 협력의 지향점을 두고 있다. 최근 국내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대학재정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학 간의 연합은 어쩌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닐까 한다. 우리대학과 연세대가 개방과 공유의 성공적인 협력 구축 사례를 만들어 국내·외 대학들의 대학 간 상생협력의 훌륭한 모델로 제시되길 기원한다.‘포스텍-연세대학교 개방·공유 캠퍼스’에서 추진하는 중점 연구 분야 중 하나인 바이오 분야는 우선 바이오 메디컬 헬스케어 연구에 비중을 두고 현재 △암 △줄기세포 △면역 △뇌 신경생물 △구조생물 △바이오 소재 △생체 3D 프린팅 △의료 기기 등의 세부 주제를 포함하는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다양한 영역의 첨단 연구 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분야 간 긴밀한 융합연구가 요구되는바, 양교의 전략적 연합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단순한 산술적인

노벨동산 | 한진관(생명) / 이학장 | 2018-10-11 00:21

요즘 우리 대학생들은 빠른 삶을 강요당한다. 특히 취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에게 휴학은 죄악처럼 취급된다. 주변 사람들은 이들에게 남들보다 1년 뒤처지고, 쉬지 않고 달린 사람들의 뒤를 쫓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휴학은 온갖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이 아니면 무의미하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러나 이렇게 바쁘게만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기 마련이다.우리대학은 대학원 진학률이 높기 때문에 취직 걱정을 하는 사람은 적지만, 과제와 공부에 지쳐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항상 공부하고, 빠르게 돈을 벌고, 잠도 자지 못하며 살아야 했다. 그렇게 대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는 모든 상황이 극한에 달했다. 공부에 지칠 대로 지치고, 여러 가지 부담감이 합쳐지면서 오로지 휴식만을 갈구하게 됐다. 내 3학년은 모든 것을 하기 싫은 상태에 빠져서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삶의 연속이었다.지칠 대로 지친 나는 쉬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달리기만 해온 내게 휴식은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휴식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일종의 도피로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났다. 바쁜 삶의 도피로

지곡골목소리 | 송창훈 / 컴공 14 | 2018-10-11 00:20

“세상에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있다니!” 기사를 읽고 나서야 소비에도 트렌드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살 때 굳이 소비 트렌드를 의식한 적은 없지만, 따지고 보면 나 역시도 웩더독(Wag The Dog), 소확행 같은 여러 소비 트렌드를 따르고 있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유행하면서 이를 내세운 제품의 수가 많아졌듯이, 나에게 노출되는 상품과 서비스에 이미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트렌드가 반영돼있기 때문에 나 같은 개인은 소비 생활 중 자연스럽게 그 트렌드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이 문화 기사가 나의 소비 생활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줬다.기사에 소개된 다양한 소비 트렌드 중에서도 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이 가장 인상 깊다. 소비자들은 특정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 한편으로는 자신이 소비한 제품을 드러냄으로써 다른 사람들도 그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 미닝아웃을 하는 소비자들은 단순히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세상에 밝힐 뿐만 아니라, 나아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셈이다. 진심으로 의미(meaning) 있

독자리뷰 | 정수현 / 컴공 17 | 2018-10-10 23:58

1960년대 초, 당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정통성의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경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었고, 이를 위한 자금 마련을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정부는 이의 일환으로, 일본과의 국교를 정상화해 식민지배 배상금을 받아내고 그 자금으로 여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그러자 국민들은 ‘제2의 경술국치이자 을사늑약’이라며 반발했다. 4·19 혁명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었던 1964년 6월 3일, 많은 국민들은 다시 한번 거리로 나와 울분을 터뜨렸다. 이것이 바로 6·3 항쟁이다.국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경제 발전을 위해 국교 정상화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박정희 정권은 이듬해 일본과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차관 포함 8억 달러 중 단 9.7%만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의 전쟁 범죄 피해자에게 보상됐고, 나머지는 모두 산업 기반 시설 등 경제 개발에 투자됐다.이처럼, 빛나는 경제성장의 이면에는 울분의 근현대사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 결과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고, 친일파의 후손은 대부호가 되는 경우도 생겨났다. 전쟁 범죄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한

78오름돌 | 김건창 기자 | 2018-10-10 23:56

당장 앞에 있는 공부보다 하염없이 노는 것만 좋아했던 시절, 일과를 마치고 하는 일이라곤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며 밤을 새우는 것이 전부였던 내가 있었다.나무들이 흩날리는 소리와 함께 불어오던 산바람이 초록빛 향기를 머금은 듯 여름의 시작을 알리던 그날에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나는 어김없이 풀이 다 죽은 카펫 위 구석진 어느 곳에다가 책가방을 내팽개치고 컴퓨터를 켰다.10년을 함께 보낸 강아지를 떠나보내고, 키우는 애완동물이라곤 초등학교 운동회를 마치고 500원을 주고 사 왔던 노란 햇병아리, 혹은 자그마한 햄스터가 전부였던 우리 집. 그날은, ‘너’라는 존재가 조그마한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한 날이었다.짙은 아이보리색 털에, 검고 부드러운 귀, 그리고 유난히 파란 눈을 가진 너는, 생긴 것과 다르게 꽤 큰 몸집을 갖고 있었다.고양이란 족속은 원래 그런가 보다.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좀처럼 오지 않고, 생각보다 큰 덩치에 혹여나 먼저 다가가면 할퀼까 어찌나 무서웠던지. 그렇게 몇 달을 서로 어색한 사이로 보냈다. 어느 날 침대에 누워있던 내 옆에 불쑥 네가 다가와서 누웠다. 아마도 이전까지의 행동을 봤을 때, 너는 내가 자는 줄 알고 조심스레 다가

78내림돌 | 이신범 기자 | 2018-10-10 23:54

“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따라 달려 있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있다. 대다수 인간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어떠한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고, 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치열한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 준비 과정 중에서 대학 생활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어 대학에 들어와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대부분 오로지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다’는 지상 최대의 목표를 갓 벗어난 대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질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자유롭게 꿈꾸던 순수했던 나의 꿈은 어느새 현실의 벽과 부딪히며 확신을 잃어간다.특히 갑작스럽고 크게 주어진 자유나 익숙하지 않은 학업 환경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 등으로 인해 미래를 설계할 때 큰 불안요소가 된다. 이로 인해 많은 대학생이 방황하고 혼돈의 시간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는 대학 생활을 통해 분명한 미래의 준비,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사회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도 용납되기 어렵지만, 대학은 실패를 허용하는 곳이다. 학업에서

사설 | . | 2018-10-10 2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