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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만평 | times | 2019-05-17 11:31

‘마법천자문’ 시리즈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서유기를 모티프로 삼은 이야기와 함께 한자도 배울 수 있어서 만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학부모들도 지갑을 열었다. 이번에 소개할 ‘일하는 세포’도 세포를 사람으로 묘사한 학습만화라고 볼 수 있다. 거대하고도 정교한 몸속 세계, 주인공 적혈구는 오늘도 열심히 세포에 산소를 나눠주고 이산화탄소를 받아온다. 하지만 이 적혈구는 심각한 길치라서 중간에 자꾸 길을 잃고 사건에 휘말린다. 세균을 마주치기도 하고, 꽃가루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적혈구가 이런 위기를 만날 때마다 또 다른 주인공 호중구가 항원을 탐지해 적혈구를 구해준다. 적혈구와 호중구를 중심으로 귀여운 혈소판, 거친 킬러 T세포, 두 얼굴의 대식세포, 노련한 NK세포 등 다른 혈구들도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이 작품은 비유를 통해 만화적인 재미도 챙기면서 동시에 세포의 특성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호중구가 항원을 탐지하는 것은 호중구 머리의 판이 곤두서는 것으로 그려진다. 그 밖에도 기억세포는 예언자처럼 표현되고, 재채기는 로켓으로 묘사되는 등 작품 곳곳에서 흥미로운 설정을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의 제목은 ‘일하는 세포’이지만, 내용은 혈구

포스테키안의픽 | 김성민 기자 | 2019-04-24 13:39

“현수 하고 싶은 거 해.”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분식집 주인(김부선 분)이 고등학생 현수(권상우 분)에게 하는 대사이다. 헛웃음을 짓게 하는 이 장면은 이후 많은 패러디를 낳았다. 나이 차이 크게 나는 성인이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외설적 상황은 왜 헛웃음을 나게 할까? 저 대사는 마치 자유를 권유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대상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 주길 권고한다. 분식집 주인은 사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현수가 선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때문에 저 대사는 외설적이기 이전에 역설적이고 그것을 느낀 우리는 헛웃음을 웃는다.현대사회의 젊은이들은 현수와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주저한다. “왜 그래…” 그런 현수에게 분식집 주인은 짜증스럽게 묻는다. 분식집 주인은 기성세대다. 주저하는 젊은이들이 한심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짜증이 난다. 하고 싶은 거 하라면서 짜증을 내는 기성세대의 반응이 젊은이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현대사회의 현수들은 피곤하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고 이기적면서도, 개인의 삶에서의 포기도 빠르다”라며 비판받는다. 기성세대의 비판이 다가 아니다.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현수는 자기 비관에

노벨동산 | 정대영 / 인문 조교수 | 2019-04-24 13:37

나는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유일한 이유였다.대학에 입학한 것도 벌써 3년 전 일이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4학년이 됐다. 최근에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대학원 원서까지 결재를 완료했다. 대학원을 가는 것이 맞는 선택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내가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다. 나는 2016학년도에 입학한 이후로 단 한 번의 휴학도 없이, 4년 졸업을 택했다. 주변에서는 항상 내게 물어본다. 왜 그렇게 빨리 졸업하려 하느냐고 말이다.나는 중학교 시절 과학고등학교 입시에 실패했었다. 무엇이 그렇게 긴장됐는지 면접에서 제대로 말도 못 하고 나왔었다. 다른 면접에서는 그렇게까지 떨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면접관님께서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라고 말씀하시며 따뜻한 물도 주셨으니, 얼마나 떨었는지는 아마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때 같이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성공적으로 입학했고, 많은 친구가 나보다 1년 먼저 대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입시는 내 인생 처음으로 겪었던 큰 실패였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너무 비참했다. 세상의 모든 목표를 잃은 기분이었다. 스스로가 정말 싫었었다. 내 소심했던

지곡골목소리 | 마준석 / 전자 16 | 2019-04-24 13:36

작년 입학했을 때,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일들을 많이 해봤다. 그래서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 준비위원회(이하 포준위) 활동과 교지편집위원회(이하 교편위)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우리대학 학생들이 학교 단체와 그 단체들이 주관하는 행사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활동하면서도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실제로 총학생회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이를 얼마나 더 상세히 느낄지 안타까웠다. 평소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던 내게 ‘무너져가는 학생사회에 ‘안녕들 하십니까’’는 강한 공감을 끌어낸 기사였다.포준위를 하며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관련 활동들에 관해 설명해야 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서, 서포터즈는 총학생회비를 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 서포터즈 모집 기간 내내 설명하고 다녔었다. 그런데도 정말 많은 학생이 서포터즈를 신청할 때, 돈을 내야 하느냐고 물어보거나, 돈을 내는 것으로 알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학생들이 학교 행사에 관심이 없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던 사례 중 하나였다. 비슷하게 교편위서 활동한다고

독자리뷰 | 양세라 / 무은재 18 | 2019-04-24 13:35

5월은 실패의 달인가 싶다. 신년 해맞이로 빚어낸 수많은 계획이 벚꽃처럼 흩날리며 사라지다가, 어느덧 앙상한 현실만 남을 시점이 바로 5월이기 때문이다. 우리대학 학생들이라고 다를 수 없다. 공부 계획, 원만한 교우 관계, 높은 결심들, 누군가는 행복한 연애마저도 높은 확률로, 5월이면 슬슬 환상의 껍데기가 벗겨진다. 분명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건만, 뿌듯했던 한 해의 청사진에 비해 거의 아무것도 없는 실제 모습은 스스로 한심함을 느끼게 하껴진다. 사라진 3월을 고민하려다가 간당간당하게 남은 4월을 바라보면 한숨이 나온다. 심지어 다른 이들은 계획을 착착 실행해 나가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나는 왜 하지 못했나. 내 하루는 어디 갔을까. 씁쓸하게도 인구 50만의 소도시 포항은 위로의 도시와는 거리가 멀다. 의식주 중 무엇 하나 쉽게 기분전환으로 삼을 것이 없다. 브랜드 옷가게 한 번 가려면 택시비만 만 원 넘게 나오고, 꿉꿉해지는 날씨에 뭐 하나 기르기도 좁은 기숙사에는 내 체취만 강하게 묻어나오며, 간신히 찾은 맛집은 차 없이 가려면 버스로만 한 시간이다. 기껏해야 할 취미라고는 게임뿐이지만, 게임에서 승리해도 컴퓨터 전원과 함

78오름돌 | 김상수 객원 | 2019-04-24 13:34

뽀얀 스케치북과 낡아빠진 크레파스 통을 가지고, 매번 똑같은 그림을 그린다. 끝이 눌려 뭉뚝해진 빨간 크레파스로는 한쪽 구석에 동그란 태양을 불어 넣는다. 은은한 주홍빛을 띠는 불가사리는 노란 모래를 점 찍어둔 백사장에 살고 있고, 바닷속에는 초록 크레파스로 이름도 모를 해초를 담는다. 남색 티셔츠를 입은 채 얼굴도 표정도 똑같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소년의 손에는, 보라색의 조개가 들려있다.어릴 적 그렸던 그림들은 항상 비슷했다. 해안가 끄트머리에는 회색빛의 방파제 위에 빨간 줄무늬를 가진 등대가 서 있고, 끝이 날카로운 검은색 크레파스로는 짱구 눈썹 같은 갈매기를 그렸다. 네모나고 헤진 플라스틱 크레파스 통 안의 여러 가지 것들로 항상 일정한 무엇인가를 뱉어냈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은 짧고 뭉툭한 크레파스가 됐고, 또 어떤 것은 새것처럼 길고 날카로운 크레파스 그대로 남았다.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그리고 초록색. 많고 많은 크레파스 중 항상 가장 먼저 닳았던 것은, 파란색 크레파스였다. 날카로운 크레파스 끝이 조금씩 무뎌질 때면, 그것을 덮고 있는 종이 쪼가리를 떼어내고 손에 크레파스를 묻혀가며 계속 그림을 그렸다. 파란색으로는 항상 스케치북의 절

78내림돌 | 이신범 기자 | 2019-04-24 13:33

요즈음에는 지난 시대 우리 사회에 풍미했던 낭만적인 대학생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대학은 취업을 준비하는 학원으로 전락해 취업이나 자격증을 따는 데 도움 되는 과목에는 학생들이 몰리고 있고, 인문 교양을 함양하기 위한 과목은 수강생을 채우기도 힘든 형편이다. 많은 학생은 자신들의 이상적인 꿈을 실현한다기보다는 단지 학점 따기가 쉽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과목에 몰리고 있다. 해방 이후 대학생들의 사회적 참여를 대변했던 학생회가 근래에는 구성조차 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대학 지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대학기관인 학보사에도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고, 동아리 활동에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몇몇 전통적인 동아리에서는 신입생을 모집하기도 힘들다고 한다.지금 대학가에는 낭만주의 시대에 등장했던 낭만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의 낭만이란 대학 축제에서 흥청망청하게 즐기고 영화 ‘러브 스토리’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멋진 사랑을 해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낭만주의에서 말하는 ‘낭만’은 그 이상의 원대한 시대적 사명과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독일 낭만주의 기수였던 노발리스(Novalis), 즉 게오르크 폰 하르덴베르크는 철학, 과학

사설 | times | 2019-04-24 13:32

현장포착 | 김영현 기자 | 2019-04-24 13:31

만화/만평 | times | 2019-04-24 13:30

‘타노스에 대적할 초강력 히어로의 등장’ 영화 ‘캡틴 마블’은 수많은 마블 팬들이 극장을 찾게 만들기에 충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베일에 가려졌던 어벤져스 스토리의 과거가 밝혀지는 동시에, 오는 4월에 개봉하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향한 열쇠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이다.영화는 크리족의 전사로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던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가 스크럴과의 전쟁 임무에 참여하면서 시작된다. 임무 도중, 지구에 불시착한 캐럴은 지구에서 살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찾아 나간다. 영화 초반에는 단편적인 회상 장면과 전투 장면으로 긴장감이 적었을 뿐 아니라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상상도 못 한 형태로 맞춰지는 퍼즐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진행으로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 과거와 현재의 주인공이 오버랩되는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각성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히어로 영화 특유의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시선을 사로잡는 90년대 풍경의 재현과 색다른 매력의 고풍스런 음악은 관객들로 하여금 특별한 재미와 향수를 느끼게 한다. 정체불명의 매력

포스테키안의픽 | 장호중 기자 | 2019-03-29 16:56

2016년 11월,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염원하는 광장에서의 열기가 한창 뜨거웠던 즈음, 미래사회를 구상하는 한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촛불시위 현장을 담은 스크린을 배경으로 한 여성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이미 주어진 국가에서만 살겠습니까, 아니면 직접 당신의 국가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최초의 가상국가인 비트네이션의 설립자, 수잔 타르코프스키 템펠호프는 전통적인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역설하는 야심 찬 발제를 열정적으로 이어나갔다.탈중심적인 국경 없는 자발적 국가(Decentralized Borderless Voluntary Nation; DBVN)를 천명하는 비트네이션은 2014년 7월에 설립됐다. 나아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 계약 기능을 구현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인 이더리움과의 협약을 통해 헌법을 공포하는 등, 실질적인 국가의 지위를 갖춘 가상국가의 실현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 있든 이름과 이메일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면 누구나 비트네이션의 시민이 돼 비트네이션에서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시민들이 탈 영토적인 온라인

노벨동산 | 정채연 / 인문 대우조교수 | 2019-03-29 16:50

오랜만에 돌아온 학교는 낯설었다. 개교 당시의 인테리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던 학생식당은 아늑하고 세련된 푸드코트로 다시 태어났고, 묘하게 2000년대의 기운이 서려 있던 스낵바 또한 팔각형 테이블과 은은한 조명으로 멋이 났다. 스낵바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84인치 UHD TV는 사라졌고, 이제는 스낵바 한 벽면이 가득 TV가 됐다. 시대가 달라졌음을 실감했다.2년 만에 돌아온 학교의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시설도 시설이지만 무엇보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사람의 대부분을 모른다는 것이다. 동아리 하나만 들어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 당연한 학교였는데, 이제는 곁을 지나쳐가는 야구점퍼가 어떤 단체를 대표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게 됐다.‘학교의 세대가 완전히 교체됐구나’ 어딜 가든,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했던 사람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외롭게 했다. 셧다운제니 뭐니, 기숙사비가 올라가니 마니, 학교를 뜨겁게 달궜던 주제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니, 걔는 정말 왜 그러나 몰라. 내가 남에게 잘못한 일들, 누가 내게 실수한 일들, 누가 나를 욕하지 않을까 잠 못 이루던 밤들도 이제는 다 잊혀지고, 새로운 이야기와 고민이 학교를 가득 채

지곡골목소리 | 노진우 / 화공 14 | 2019-03-29 16:50

택시 업계와 카풀 서비스 기업 간의 갈등은 현재 뜨거운 감자다. 이들의 갈등이 극에 달해 사람이 다치는 등 안타까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나는 그저 충분한 논의 끝에 타협이 이뤄지기를 바랐다.그렇게 지난 7일, △정부 △택시 업계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평일 오전 7~9시,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을 허용한다고 합의했다. 또한, 택시 업계 내부에서 쉬고 있는 택시 면허를 플랫폼 업체에 공유하는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택시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월급제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사에서 지적했듯 출퇴근 시간을 두고 논쟁이 있었으나, 해당 부분에서는 택시 업계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 볼 수 있다.‘카풀 합의안’을 모든 카풀 업체가 따를 필요는 없다. 다만 이번 합의안에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참여한 만큼 관련 법안이 발의된다면, 이후 출퇴근 시간의 정의가 협의안을 바탕으로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에 △풀러스 △위모빌리티 △위츠모빌리티 등 카풀 스타트업 기업들이 해당 합의를 전적으로 부인하고 일어섰다. ‘카풀 합의안’이 시장경쟁의 원칙에 반했다는 것이다.

독자리뷰 | 황성진 / 전자 17 | 2019-03-29 16:49

이번 호 신문에는 새롭게 선발된 포항공대신문사 33기 수습기자들의 첫 기사가 실린다. 특히 기획 기사인 ‘수습기자의 다짐’에서는 수습기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원대한 포부와 비장한 각오를 글로 써 낸다. 후배들이 쓴 ‘수습기자의 다짐’을 읽고 있자니 2년 전 신문사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나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나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의 종류도 가리지 않아서 유려한 독후감을 써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하는 한편, 공책에 SF 소설을 써 같은 반 친구들이 돌려 보기도 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다듬어 내는 행위 자체가 멋지게 느껴지고, 그래서 지금껏 글을 쓸 때면 마냥 즐겁다. 신문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교내외의 다양한 사건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공대에 와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나아가 우리대학 구성원에게 널리 나의 글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서였다.나 역시 33기 수습기자들처럼 ‘수습기자의 다짐’에서 기자로서 야심을 밝혔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았던 문장은 “나는 글로써 과학과 우리가 사는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

78오름돌 | 박민해 기자 | 2019-03-29 16:48

봄이다. 겨울 속에 웅크렸던 만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다는 봄이 왔다. 봄을 알리는 노래들이 하나둘씩 발매되고, 우리나라 국민 봄 가요라고 할 수 있는 ‘벚꽃엔딩’이 길거리에 울려 퍼지면 나는 봄이 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사실 봄은 사계절 중 그 어떤 계절보다 중요하다. 토론에서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에도 의견을 드러내지 않지만, 토론을 이끌어가는 사회자의 역할 같은 계절이다. 애매해 보이지만 여름과 겨울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그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아니 절대 없을 수 없는 계절이다. 되돌아보면 나는 어렸을 때 봄의 필요성과 역할을 이해하지 못해서 정말 단순히 봄을 싫어했다. 춥거나 덥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좋을 텐데 봄은 항상 그 두 가지를 다 해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싫었고, 애매하게 따뜻한 햇볕과 애매하게 차가운 바람의 이질적인 조합이 너무 거슬렸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싫어했던 봄이 그립다. 학교에서 벚꽃이 필 때쯤 중간고사를 보고, 봄이 가장 바쁜 학기 초라 봄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짧아지고, 온 세상을 뿌옇

78내림돌 | 김영현 기자 | 2019-03-29 16:47

지곡로 127번길(구 가속기로)과 지곡로가 만나는 삼거리에 지난 겨울방학부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경북과학고등학교(이하 경북과학고)를 우리대학 인근인 지곡동 산 22번지로 확장해 이전해 오기 위한 공사이다. 확장 이전이 완료되는 2021년 7월에는 이 삼거리가 사거리처럼 변하게 되는 것이다. 경북과학고는 1993년에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서 개교했으나 같은 해 이전해 온 경상북도교육청과학원과 그동안 좁은 부지를 나누어 사용하다 보니, 학년당 학급수가 전국의 과학고 평균인 4.3학급에 크게 못 미치는 2학급인 최소규모 과학고로 운영돼 왔으며 과학원 방문자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고 한다. 이에 경북과학고의 확장 이전이 추진됐으나 이전 대상지로 최초 고려됐던 포항 테크노파크 내 부지가 부적격 판정을 받으며 한때는 경북내 타 도시로의 이전도 고려됐다고 한다. 다행히 포항시가 적극적으로 노력해 재작년에는 포스코 인재창조원과 제철중학교 사이의 부지가 이전 대상지로 확정됐고 작년에는 포항시에서 도시 계획 결정심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언론 보도에서 볼 수 있듯, 지역 사회는 이번 경북과학고가 우리대학 인근으로 이전해 오는 데 대해 큰

사설 | . | 2019-03-29 16:47

만화/만평 | times | 2019-03-29 16:21

어느새 늘어버린 나잇살을 빼야겠다는 이유로 교정 산책을 시작했다. 매번 비슷한 코스로 산책하다 보니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이 알아서 눈에 들어온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교정에도 바야흐로 봄이 왔음을 알리는 꽃은 목련이다. 겨우내 손가락만 한 겨울눈 안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땅이 녹기 시작하고 따듯해지면 어느 날 갑자기 아기 손만 한 꽃이 받침도 없이 홀연히 나타난다. 크고 하얀 꽃송이가 일제히 피어나는 장면은 진정 장관이다. 비록 떨어질 때 남루한 모습이 안쓰럽지만, 목련 나무가 일제히 하얀 꽃들을 내뿜듯이 매달고 있는 이삼 주 간은 정말 황홀하다. 교정에서 가장 멋진 목련을 볼 수 있는 곳은 노벨동산에서 RIST 식당으로 가는 샛길이다. 4월로 접어들어 온 교정이 흩날리는 벚꽃으로 만발하면 누구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까? 버스커버스커의 노래처럼 벚꽃은 시간을 거슬러 순진했던 청년 시절의 기억을 절로 불러온다. 벚꽃은 피는 순간부터 떨어지기를 기다린 양 포항의 매서운 바람 때문에 채 몇 주를 버티지 못한다. 김훈 작가는 ‘자전거 여행’에서 봄꽃 들이 저마다 멋을 가지고 떨어지는 모습을 이렇게 쓰고 있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노벨동산 | 이승우 / 생명 교수 | 2019-02-28 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