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글쓰기
과학자의 글쓰기
  • 박민해 기자
  • 승인 2019.03.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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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신문에는 새롭게 선발된 포항공대신문사 33기 수습기자들의 첫 기사가 실린다. 특히 기획 기사인 ‘수습기자의 다짐’에서는 수습기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원대한 포부와 비장한 각오를 글로 써 낸다. 후배들이 쓴 ‘수습기자의 다짐’을 읽고 있자니 2년 전 신문사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나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글쓰기를 좋아했다. 글의 종류도 가리지 않아서 유려한 독후감을 써 글쓰기 대회에서 수상하는 한편, 공책에 SF 소설을 써 같은 반 친구들이 돌려 보기도 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하나의 완성된 문장으로 다듬어 내는 행위 자체가 멋지게 느껴지고, 그래서 지금껏 글을 쓸 때면 마냥 즐겁다. 신문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도 교내외의 다양한 사건을 직접 취재함으로써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공대에 와서도 꾸준히 글을 쓰고 나아가 우리대학 구성원에게 널리 나의 글을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돼서였다.
나 역시 33기 수습기자들처럼 ‘수습기자의 다짐’에서 기자로서 야심을 밝혔는데, 그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았던 문장은 “나는 글로써 과학과 우리가 사는 사회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이다. 머리가 크면서 단순히 재미로 글을 쓰기보다는, 나의 또 다른 관심 분야인 과학을 대중에게 쉽고 재밌게 소개하는 역할의 글을 쓰고 싶어졌다. 과학 발전의 온갖 혜택을 누리면서 사는 이 시대에, 정작 대중은 과학의 가치를 그만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늘 안타까웠다. 과학은 도대체 언제부터 전문용어 가득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과학자들부터가 노력해야 한다.
글은 자기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정리해 밖으로 표출하는 방식이다. 아무리 머릿속에 끝내주는 이론이 가득해도, 이를 제대로 표출해 남에게 온전히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런데 많은 과학자, 그리고 미래에 장차 과학자가 될 이공계 학생들이 이런 글쓰기의 역할과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공계 학생들을 위한 전폭적인 글쓰기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다행히도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글쓰기 소양을 길러주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문명시민강좌 ‘나는 작가다’도 다양한 분야의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우리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인데, 학교가 글쓰기 교육에 대해 부단한 노력과 투자를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이 느껴져 새삼 감사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아득하게 멀지만, 인문학적 소양과 글쓰기 능력을 강조하는 학교의 교육 방향에는 깊이 공감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지원이 계속됐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소위 ‘공대생’이라는 이유로 글을 못 써도 괜찮다는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당장 학교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앞서 설명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학생이 많지 않다. 기초필수 과목으로 고작 ‘글쓰기’ 수업 하나를 수강하는 데도, 이게 왜 필수냐면서 투덜대는 학생들을 더 많이 봤다. 즉, 학교의 실질적인 도움에 앞서 학생들의 변화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당신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마음껏 뽐내려면, 많은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을 풀어내기 위한 노력 역시 ‘필수’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