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봄이 오면
꽃 피는 봄이 오면
  • 김영현 기자
  • 승인 2019.03.29 16: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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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겨울 속에 웅크렸던 만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깨어난다는 봄이 왔다. 봄을 알리는 노래들이 하나둘씩 발매되고, 우리나라 국민 봄 가요라고 할 수 있는 ‘벚꽃엔딩’이 길거리에 울려 퍼지면 나는 봄이 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사실 봄은 사계절 중 그 어떤 계절보다 중요하다. 토론에서 찬성과 반대 중 어느 쪽에도 의견을 드러내지 않지만, 토론을 이끌어가는 사회자의 역할 같은 계절이다. 애매해 보이지만 여름과 겨울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그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아니 절대 없을 수 없는 계절이다. 
되돌아보면 나는 어렸을 때 봄의 필요성과 역할을 이해하지 못해서 정말 단순히 봄을 싫어했다. 춥거나 덥거나 둘 중 하나만 하면 좋을 텐데 봄은 항상 그 두 가지를 다 해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싫었고, 애매하게 따뜻한 햇볕과 애매하게 차가운 바람의 이질적인 조합이 너무 거슬렸다. 
그런데 요즘 그렇게 싫어했던 봄이 그립다. 학교에서 벚꽃이 필 때쯤 중간고사를 보고, 봄이 가장 바쁜 학기 초라 봄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짧아지고, 온 세상을 뿌옇게 만들고 있는 미세먼지가 봄이 뿜어내는 싱그러움과 상쾌함을 느끼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째 긴긴 여름만을 사는 느낌이랄까? 
봄이란 계절이 없어지기는 어렵겠지만 현대인들이 점점 봄 특유의 정취를 잊어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직은 학기가 시작되고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나는 만큼 봄에 대한 미세한 설렘은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지만 먼 훗날 언젠가는 현재의 봄을 잃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현재의 봄을 추억하고 회상할 수 있게 가까운 미래에 온전히 봄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그 누구보다 소중한 ‘봄’을 사람들이 잊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