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셧다운제
공부 셧다운제
  • 김도형 / 단일 14
  • 승인 2015.03.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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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감독의 명성, 배우의 인기, 극장의 화려함. 모두 중요치 않은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결국 영화의 흥행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관객들이 영화에 흥미를 느끼는 것 아닐까.
이는 비단 영화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게임, 스포츠, 영화, 책 등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공부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수강했던 과목들 중 한 과목의 교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와 과제가 싫은 것은 그것들을 강제적인 의무로만 생각하고 즐겁다고는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묻고 싶다. 아무리 맛있게 먹겠다고 다짐해도 맛없는 요리를 맛있게 느낄 수 있는지.
대학 진학 전까지만 해도 난 공부하는 게 즐거웠다. 물론 모든 과목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다. 그리고 난 대학에 진학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많이 기대했다. 내가 좋아 하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막상 대학에 진학해보니 현실은 내가 꿈꿔왔던 것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오히려 수업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졌고, 만족감도 없다. 정말 재미없었다.
교수님들이 훌륭한 연구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훌륭한 교육자인가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고교 교사 같은 교육 전문가에 비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보니 학생들은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결석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그리곤 밤 새워가며 게임이나 술자리 같은 것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대학은 자체적으로 게임 제한을 실시하는데 이는 오히려 모든 책임을 학생에게만 떠넘기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학업에 대한 흥미의 부재가 아닌가.
만약 우리대학이 게임 회사가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내놓은 게임이 현재의 수업과 같다고 한다면 과연 그 게임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내 의견은 부정적이다.
나이키는 그들의 경쟁 상대를 다른 스포츠 브랜드가 아닌 닌텐도라고 말한다. 코카콜라는 더 나아가 사람들이 마시는 모든 음료. 그 중에서도 물이 바로 코카콜라의 가장 큰 경쟁상대라고 말한다.
우리도 이제 경쟁상대를 바꿀 때가 됐다. 언제까지고 대학끼리의 순위경쟁에만 매달릴 수 없다. 게임에 밀려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잠을 자지 않는다면 게임과 경쟁을 하라. 그래서 게임제한 같은 제도 없이도 학생들이 게임에 빠지지 않도록, 오히려 학생들이 학업에 과몰입하여 공부하는 것을 제한해야 할 정도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포스텍은 충분히 그래야만 하는 대학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