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조명혁명: LED와 Sulfur Lamp
차세대 조명혁명: LED와 Sulfur Lamp
  • 박수용(물리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4.04.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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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제3의 조명 기술혁명

미국의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링컨 기념관까지 넓게 자리 잡은 ‘몰’을 따라 양쪽으로 스미소니언 박물관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중 내가 워싱턴을 방문할 때면 꼭 들리는 곳이 바로 미국역사 박물관과 우주항공 박물관이다. 미국역사 박물관에는 ‘Lighting a Revolution’으로 명명된 조명 역사 전시실이 있고, 에디슨의 탄소 전구로부터 시작하여 조명 기술에 혁신을 일으킨 형광등, 수은등, 나트륨등을 거쳐, 맨 마지막 자리에 차세대 조명혁명의 양대 축으로 기대되는 LED와 Sulfur Lamp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다.
조명은 일찍부터 인류의 문명역사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동식물의 기름을 이용하던 원시조명으로 비로소 인류는 동물과 구별되는 문명적 존재로 발전하였고, 인류만의 고유한 문화와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을음 많고 냄새나는 원시조명에서부터 인류를 해방시킨 제 1차 조명혁명은 석유의 발견이었다. 록펠러를 석유재벌로 만들어 준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조명용 석유의 폭발적인 수요 때문이었다. 록펠러의 정유공장에서 생산된 석유를 미국의 각 가정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철도산업이 급격히 발전하였고, 연쇄적으로 기차와 철도 건설에 필요한 철강 산업을 발전시켰다.
제2의 조명혁명은 에디슨의 백열전구 발명으로 시작되는 전기를 이용한 조명혁명이다. 조명용 전기를 생산, 공급하기 위하여 전력산업이 발전하였고, 오늘 날의 찬란한 전기, 전자 문명을 꽃피우게 된 것이다. 140년에 걸친 전기조명 역사동안 치열한 개발경쟁 끝에, 이제 LED와 Sulfur Lamp로 대표되는 제3의 조명혁명의 시작되고 있다. 이 새로운 조명혁명은 미래 조명원의 4대 조건으로 일컬어지는 1) 고효율과 2) 장수명이라는 경제적 측면은 물론, 3) 자연광 품질과 4) 무 수은이라는 친환경적 측면에서도 기존의 광원과 근본적으로 차별화 된다. LED 조명은 이미 상용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비하여, Sulfur Lamp는 이제 막 그 핵심 고리가 완성되어 상용화를 눈앞에 두게 되었다. 
LED는 1962년 미국 GE에서 적색LED로 처음 발명되었으나 주로 표시등으로 사용되다가, 1993년 일본 니치아가 청색 LED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비로소 백색 조명원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LED는 기존의 다른 반도체에 비하여 에피 공정 같은 훨씬 까다로운 공정이 요구됨은 물론, 앞쪽으로는 p-n 접합면에 형성된 양자우물 층에서 발생한 광자를 효과적으로 집속, 추출할 수 있도록 투명한 렌즈가 설치되어야 하고, 뒤쪽으로는 열을 효율적으로 뽑아낼 수 있도록 냉각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렌즈는 통상 에폭시나 실리콘이 사용되는데, 이들 폴리머 렌즈는 필연적으로 황변현상에 따른 투명도 감소를 피할 수 없고, 이 황변현상은 온도가 올라가면 더욱 급속히 진행된다. LED 조명등의 수명은 통상 이 황변현상에 따른 광속감소가 초기 광속의 70% 수준까지 떨어질 때까지로 정의된다. LED 수명은 p-n 접합면 온도가 10도 증가할 때마다 2.5분의 1로 급속히 줄어들게 됨으로, 특히 고출력 LED에서 냉각, 방열 구조 설계문제는 가장 큰 문제로 대두하게 된다.
Sulfur Lamp는 1990년 미국 Fusion Lighting사에서 발명된 것인데, 유황을 조명 매질로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이용하여 발광시키는 무전극 방전등이다. 원래 유황은 태양광에 가장 근접한 발광 스펙트럼을 내는 특성 때문에 조명연구자들에게 꿈의 조명매질로 불렸으나, 고온에서 금속 전극을 급속히 부식시키는 성질 때문에 사용되지 못하다가, 마이크로파를 이용하여 전극을 없앰으로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Sulfur Lamp의 상용화에 치명적인 걸림돌은 마이크로파 발생장치로 사용하던 기존의 오븐용 마그네트론이 수명이 수천시간에 불과하여 조명용으로는 전혀 적합하지 않고 마땅한 다른 대안도 없었다는데 있다. Fusion Lighting사에 이어 2000년부터 LG가 수명이 긴 조명용 마그네트론 개발에 나섰으나 아직 15년째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포스텍 은퇴 교수가 포스텍 동료 교수들의 투자 지원을 받아 세운 벤처회사인 SP Lightings사가 2013년에 비로소 수명이 10만 시간이 넘는 조명용 마그네트론의 개발에 성공하여 Sulfur Lamp 상용화에 마지막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였다.
제1세대 마그네트론은 세계 제2차 대전 3대 발명의 하나로 꼽히는 레이더용으로 개발되어, 영국을 독일의 공습으로부터 지킨 일등공신이다. 인류가 발명한 최초의 실용적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이면서도, 지금까지 모든 마이크로파 발생장치 중에서 최고의 효율을 보이고 있고, 또 콤팩트하기까지 한 마그네트론은 1950년대 미국 Raytheon사에서 오븐용으로 개발되어 제2세대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아직 고가인데다 복잡한 주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이유로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이 마그네트론은 1960년대에 당시 ‘단소, 경박’화로 유명한 일본에서 Toshiba를 중심으로 10여년에 걸친 개발 끝에 오늘날 거의 모든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제3세대 마그네트론이 탄생하게된 것이다.
하지만, 대당 7불대의 싼 가격에 단순한 주변 시스템 등 가정용 전자레인지에 완벽하게 최적화된 이 3세대 마그네트론도 조명용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첫째가 수천시간 대의 짧은 수명이고, 그 둘째가 냉각팬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Sulfur Lamp의 가장 큰 특징이 Bulb가 무전극이어서 수명이 무한하다는 점인데,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공급하는 마그네트론의 수명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수명이 수천 시간대로 한정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욱이 냉각팬의 사용은 반드시 공기의 흡입구를 필요로 하는데, 이 흡입구는 가로등 같은 환경에서 조명등 빛에 유인된 날벌레들의 좋은 침입구가 된다. SP Lightings사가 개발한 제4세대 마그네트론은 수명 10만 시간으로 교체비용을 대폭 줄이고, 냉각팬 없이 순전히 전도냉각 방식으로 벌레 유입을 원천 차단함은 물론, 기타 Sulfur Lamp 가로등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들을 모두 해결하였다.
SP Lightings사가 개발한 조명용 마이크로파 발생장치인 제4세대 마그네트론을 장착한 Sulfur Lamp는 수 백도의 고온에서도 광도나 수명의 감소 없이 잘 작동하는 특성 때문에 실외용으로 고출력이 요구되는 가로등에 특히 적합하다. 가로등뿐만 아니라, 공장, 창고 등 산업용은 물론, 경기장, 대형 주차장, 공원 같은 교체비용이 많이 요구되는 시설에도 사용함으로써 큰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인류가 발명한 인공 조명원 중에서 태양광에 가장 근접한 스펙트럼을 내는 Sulfur Lamp는 높은 광합성 효율 때문에 계절과 지역을 초월한 친환경 인공 농작물 재배에 이상적이고, 또한 UV가 거의 나오지 않는 특성 때문에 어부들의 피부암 발생 염려가 없는 친환경 어업에도 응용이 기대된다. 백열등, 형광등을 대체할 LED 조명시장이 약 100조원, 수은등, 나트륨등을 대체할 Sulfur Lamp 시장이 약 20조원으로, LED 시장이 세계적으로 수많은 대기업들이 경쟁하는 Red Ocean인데 비하여, Sulfur Lamp 시장은 SP Lightings사가 주도하는 Blue Ocean으로 기대된다.
미국 워싱턴의 우주항공 박물관 천장에는 아직도 Fusion Lighting사가 만든 Sulfur Lamp를 장착한 Light Pipe가 자랑스럽게 빛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오븐용 제3세대 마그네트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 2년마다 교체해야 하지만... 머지않아 SP Lightings사가 개발한 제4세대 마그네트론을 장착한 Sulfur Lamp로 대체하여, 매 20년마다 한번 씩 교체해 주면 충분하게 될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