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POSTECH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 이승규 / 박사 11
  • 승인 2014.03.19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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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처음으로 포항생활을 시작하면서 2014년에도 포항에 있을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나는 여전히 포항에서 공부하고 있다. 남들이 흔히 하는 휴학 한 번 안 하고 학교에 있다 보니 10년간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지금 학부생들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포스코 국제관과 인조잔디가 깔린 대운동장은 원래 휑한 주차장과 모래 먼지가 날리는 모래 운동장이었고, 지금은 공강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카페 쎄리오는 삭막한 실내장식에 컴퓨터 몇 대가 비치되어 있던 공간이었다. 많은 학생이 즐기는 버거킹은 시골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실내장식에 동네 아줌마들의 전용 공간이었던 다방(물론 우리는 이를 카페라고 불렀지만)이었다. 그리고 모네 카페가 있던 자리에는 전공서적보다도 유아/청소년 교재가 더 많았던 평범한 서점이 있었다.
하지만 가시적인 변화 속에서 변하지 않는 포스테키안만의 아름다운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은 큰 자랑거리라 생각한다. 입학할 당시 자리 정리에 대한 선배들의 의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포스텍은 ‘청소중심대학’이라 불릴 정도로 여러 직원분들이 청결유지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지만, 내가 입학할 당시에는 선배들도 자리정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전통이 잘 유지되고 있어 보이지만, 당시에는 휴게실이든 학생식당/스낵바든 작은 김칫국물 얼룩이라도 있으면 포스비에 난리가 날 정도로 평소에 청결을 유지하는데 모든 사람이 신경을 많이 썼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이런 아름다운 포스테키안만의 문화를 자랑하곤 했다. 뒷사람을 배려하는 이 아름다운 문화가 조금씩 퇴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에 후배들이 이 기회에 좋은 전통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포스텍에는 포스텍만의 아름다운 문화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내가 입학할 때만 해도 없었던 아너(Honor) 제도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회도, 학점도 강요하지 않은 이러한 문화를 발전시키고 이를 계승하는 것이 우리 학생들이 학교 발전에 직접 돕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