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대학 입시인가
무엇을 위한 대학 입시인가
  • 박찬영 / 생명 10
  • 승인 2011.03.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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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작년에 그랬듯이 올 3월 신입생들이 포스텍에 입학하였다. 이들은 대학 입시라는 어마어마한 경쟁을 뚫고 일류 포스텍에 입학한 최종 승자이다. 승리를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오직 학업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필자가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경우를 승리라고 칭하는 것이 불쾌할지 모르나 그렇게 칭할 수 있을 만큼 입시 경쟁은 치열하다. 과연 무엇이 이토록 입시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은 ‘좋은 대학에 가면 무엇이 주어지는가’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서울지역 중고생의 47%는 좋은 직업을 가지려 대학에 간다고 답했다.(중앙일보) 좋은 직업은 무엇일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발표한 ‘2010년 직업전망 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10년 후 종합직업전망지표가 높은 직업은 순서대로 판검사, 치과의사, 의사, 생명과학연구원, 변리사였다.

 기관에서 조사한 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랍다.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입시 경쟁을 하는 것이다.

 입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은 직장생활을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다. 문제는 모두의 직업관이 물질적 가치로 동일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KBS스페셜 2부작 ‘행복해지는 법’에서 염유식 교수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삶의 가치관이 상당히 동일화되어 있다고 한다. 모두가 같은 것을 원하기에 입시에 모두가 매달리는 현상이 일어난다.

 위에서 언급한 ‘좋은 직업’들은 대부분 수입이 높다. 이 직업들은 수입 외에 다른 여건들도 우수할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같은 연구 결과에서 근무여건 영역 상위직종에는 위 직업 중 단 한 가지도 속하지 않았다. 혹시 우리는 좋은 직업의 조건을 보수나 명예로만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의사를 예로 들면, 먼저 의대를 들어가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외의 모든 활동을 포기해야 한다. 의대에 들어가서도 성적 경쟁을 해야 대학병원과 좋은 과에 들어갈 수 있다. 의사가 되어서도 오랜 수련과정을 거치며 청춘을 의학에 바쳐야 의사의 봉급과 명예를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은 상당히 물질화되어 있다. 물질적 보수와 명예를 최우선으로 두고 그에 따라 결정된 좋은 직업의 순서를 상당수가 공유하고 있다. 이 순서에 따라 고등학교와 대학의 순서가 결정되고 이 서열의 상위에 도달하기 위해 모두가 경쟁하는 체제가 고착화된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진정 좋은 진로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여태껏 보수와 명예 등 물질적인 가치를 최상의 기준으로 생각하진 않았는지. 가족과 여가, 자아실현, 종교 등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할 비물질적 가치들은 뒷전으로 두진 않았는지.

 다행이 신입생과 재학생 여러분들은 이미 입시를 치루었다. 그러나 아직 필자처럼 입시 경쟁중인 동생이나 친구가 있을 것이고, 직업 선택 과정이 남아있다. 경쟁 외에 행복해질 다른 방법은 없을지, 그런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