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사가 시행하고 있는 대학 평가는 경쟁 없는 체제에 익숙해 있던 한국의 대학에 많은 자극을 주었고 대학 간 치열한 경쟁을 유발했다. 이러한 평가 경쟁을 통해 막연히 명문 대학이라고 여겨지던 대학의 실체가 드러났고 교육과 연구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대학은 그에 맞는 정당한 평가와 새로운 주목을 받았다. 대학 평가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객관적이고 유용한 대학 정보에 목말랐던 학생, 학부모와 그리고 우리대학이었다. 우리대학이 갖춘 우수한 교육, 연구 여건과 연구 역량 그리고 교육의 수월성 등이 대내외적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대학의 인지도가 급상승하였다.
그런데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앞으로는 국내 언론사의 대학 평가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교협은 언론사의 대학 평가가 전문성 및 타당성이 부족하며 양적 평가에만 치중한 나머지 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학 간의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고 교육력을 낭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대학의 경우도 국내 언론사 대학 평가의 혜택만을 받은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대학은 언론의 대학 평가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재단의 전폭적인 지지, 교수와 학생들의 뛰어난 연구 성과와 교육에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였다. 그런데 최근 2-3년간 국내 언론사 평가에서 우리대학은 1위 자리를 몇 차례 내주었다. 우리대학의 연구 역량과 교육은 여전히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의 본질과 별 상관이 없는 사회적 평판과 국제화와 같은 평가 기준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많이 훼손되었고 동시에 불합리한 평가 기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한편, 언론사가 제시한 평가 기준을 의식하면서 무리한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것이 ‘영어 강의’ 확대이다. 한 언론사가 제시한 국제화 지수의 주요 지표의 하나인 영어 강의는 외국인 교수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득보다 실이 많은 정책이다.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 한국어로 하는 것보다 강의 내용 전달이 어렵다. 국내에서 진행된 영어 강의 관련 연구에 의하면 영어로 강의를 진행할 경우 한국어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 강의 전달율이 70%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질문을 꺼리게 되고 교수 학생 상호간에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실정에도 불구하고 영어 강의 확대를 고수한다면 교육의 본질을 무시한 정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실제로 우리대학이 The Times 대학 평가에서 세계 28위라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와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 덕이었지 영어 강의와 같은 국제화 지표 때문이 아니었다. 현재 추진 중인 영어 강의는 강의 내용 전달 측면과 그 효과를 고려해볼 때 재고의 여지가 크다.
다른 한편, 국내 언론사의 대학 평가는 대학 서열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모 언론사는 사회적 평판을 주요 평가 지표로 내세우고 있고 또 다른 언론사는 대학의 인지도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는 역사가 일천하고 규모가 작은 우리대학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언론사들은 자기들의 평가 결과의 차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언론사 간에 대학 평가 차이가 크면 평가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대학 평가는 우리대학에 결코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게 된다.
개교 이래 우리대학은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한국 대학 교육을 선도해왔다. 이제 우리대학은 그 명성과 자존심에 걸맞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대학은 언론의 대학 평가 순위에 일희일비하는 대학이 되어서는 안 되며 언론사의 부적절한 대학 평가 기준을 의식하여 교육 효과가 떨어지는 정책을 시행해서도 안 된다. 대학의 모든 정책은 연구와 교육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