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게 읽었던 부분 중에서 그의 저작에의 시대적 특성이 나타나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 그리고 그의 문학적 표현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부분을 인용해 보겠다.
“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구체성을 띠고 있는 별개의 세계였다. 그 곳에서는 공기를 마시듯 꿈을 들이마시는 유령들이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유령들은 일정한 형체도 없는 나무들 사이를 미끄러지듯 지나 그에게로 다가온다.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 잿빛 그림자처럼.”
“혹시 일 년 중에서 낮이 가장 길다는 그 날을 기다리다가 막상 그 날이 오면 깜빡 잊고 지나쳐 버린 일이 없어요? 난 말예요. 항상 그 날을 기다렸으면서도 그만 그 날을 지나쳐 버리지 뭐예요”
안타까움,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으면서도 사실은 그 실체를 알지 못하는 상황. 이것이 내가 이 책을 막 덮었을 때 희미하게 느낀 감상이다. 전체적으로
Hemingway, Joyce, Faulkner, 그리고 Dos Passos등과 함께, Fitzgerald는 ‘Lost generation’ 작가 군에 포함되는 미국 소설가이다. “유연함과 오만함, 극단적 낙천주의와 자기 파괴적 욕망, 상승 지향과 하향 감각, 도시적 세련미와 중*서부적 소박함이 공존하며 드러나는 세계를 그려내는 것.” 어느 책에서 본, Lost generation 작가군의 주제의식에 대해 그 양상을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표현들이다. 또한 다른 책에서, 미국문화는 미니멀리즘이란 전통이 있어 최소한의 것만으로 구체적 현실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여도 안으로는 단단한 속내를 보이는, 인정받는 미국소설들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이에 동의하며, 위의 뉘앙스를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요즈음의 90년대 식 한국 소설은 좀 아이러니컬하긴 하지만 혹자는 90년대 초반의 운동권 소설을 더 강조한다, 이런 Lost generation의 미국 소설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듯 하다. 나는 76년에 태어나 한국의 90년대적인 시대 상황에 동질감을 느끼고 있다. 90년대 후반, 세기말의 상황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 이런 내가 미국 20년대의 Lost generation 작가군의 제스처에 호감을 가지는 것도 이런 뜻으로 풀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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