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학점 기준의 상승과 평정
[78 오름돌] 학점 기준의 상승과 평정
  • 조규하 기자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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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본지 260호(3월 5일자)에서 이공계장학금 학점기준의 상향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적이 있었다. 당시 기사에서 2008학년도 1학기에 학점기준에 미달하는 학생들의 수가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로 지난 학기 학생들의 성적이 어떠한지 관련부서로부터 학년과 평점 자료만을 받아서 분석해 보았다.

먼저 1학년 학생들의 전체평점은 2007학년도 1학기에 비해 0.07점이 상승했으며, 2학년의 1학기 전체평점은 지난해보다 0.11점이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3학년의 경우 전체평점이 0.08점 상승했고, 4학년은 변화가 없었다. 이와 같은 평점의 상승폭은 예년에 비해 큰 것은 아니다. 실제로 3학년의 2007학년도 2학기 평점은 2006학년도 2학기 평점에 비해 0.15점이나 상승했다. 또한 1학년의 경우에도 2006학년도 2학기의 평점은 2005학년도 2학기보다 0.09점이 상승했다.

평점 3.0점미만, 즉 현재 이공계 장학금의 학점기준을 넘기지 못한 학생들의 비율은 1학년이 38%에서 29%로 9%가 줄었으며, 2학년은 39%에서 26%로 13%가 줄었다. 3학년은 25%에서 19%로 6%가 줄었고, 4학년은 20%에서 18%로 2%가 줄었다. 2학년의 감소폭이 매우 크긴 하지만, 2005학년도 1학기의 40%와 2007학년도 1학기의 39%를 제외하면 30~27%정도로 올해와 비슷하다. 1학년의 감소폭인 9%는 최근 3년간 감소 및 증가폭인 3%내외에 비해 큰 변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는 학생들, 특히 1학년이 평점기준을 넘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객관적인 자료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관적인 견해지만, 지금까지는 1학년들이 과목에 있어서 Drop이나 Withdraw를 선택하는 비율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특히 D는 큰 문제가 없지만, W는 성적표에 남기 때문에 되도록 W를 선택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학기에는 중간고사 성적이 좋지 못할 경우 그 과목에 대해 W를 선택하여 평균학점이 낮아지지 않도록 하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즉, 기말고사나 퀴즈 등의 성적을 올려서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힘들다고 여겨질 경우, 과목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대신 그 과목의 수강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우리대학이 고등학생들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학비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대학 장학금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이공계 장학금의 평점기준은 수년간 계속 올라가고 있다. 때문에 장학금의 수혜비율이 수년전과 비교하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러한 학점기준 상승이 전체 학생들의 학점 상승에 기여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동안 전체평점이 조금씩 상승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경향은 올해 학생들의 평점이 상승했거나 3.0점 미만 취득자의 비율이 감소한 것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 같은 경향은 공부의 목적이 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장학금을 받기 위한 공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의 1%라는 소위 엘리트의 목표치고는 너무 작지 않은가. 오랜 기간 동안 우리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는 장기적 목표가 아니라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등의 단기목표에 익숙해진다. 그리고 ‘장학금을 위한 공부’는 이와 같은 현상의 연속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장학금의 수혜 역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왜 장학금을 받아서 이렇게 공부하는 지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