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노벨상 수상자들이 손수 심은 어린 나무가 벌써 아름드리 나무로 성장하였고 노벨동산은 이젠 제법 숲의 티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이 노벨동산의 정보통신연구소 쪽 모퉁이에 가면, “199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로버트 러플린 교수 2002년 방문”이라고 쓰여진 표석과 조그만 나무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나무의 주인이 이제 포항공대 물리학과의 석학교수로서 또한 포항공대에 소재한 국제연구소인 아태이론물리센터의 소장으로서 취임했다.
러플린 교수는 부임 인터뷰에서 “꿈을 이루기 위하여 한국, 포항에 왔다”고 한다. 그의 꿈은 그가 소장으로 부임한 아태이론물리센터를 고유의 학술연구에서 더 나아가 과학커뮤니케이션 선도와 고급 과학저술 컨텐츠 창출의 메카이자 새로운 국제연구소의 선구적 모델로 육성하는 데 있다.
그는 동북아 국가의 반도체 전자산업의 발전에서 미래 과학기술의 아태권역 이동을 보았고, 작지만 역동적이고 민주적으로 변모한 한국에서 새로운 국제연구소의 선구적 모델 창출의 가능성을 읽었다고 한다.
현대 지식기반사회의 초석이 20세기 과학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에 의해 마련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초과학은 미래의 산업적 응용을 담보하는 기초연구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의 상상력을 채워주는 고유의 역할에서 더욱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활동적인 이론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베스트셀러인 “엘레간트 유니버스 (Elegant Universe)”의 경우 처럼 전문용어보다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서 과학적 지식과 진보가 전달될 때 새로운 가치도 창출되는 한편 사회에 대한 엄청난 파급효과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러플린 교수는 포항공대의 석학교수로서 대학 캠퍼스에서 학부 학생들과의 자유로운 만남과 대화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박찬모 총장과 만날 때 “학생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무은재 기념관에 새로 조성될 아태이론물리센터에 피아노를 갖다 놓자”고 제안하기도 하였다.
사실 그는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로 예술에 대해서도 꽤 일가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연구소가 과학자들의 고립된 공간으로 남아서는 안되며 학생들이 두려움없이 찾아 즐기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사실 과학과 예술, 문학은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 훌륭한 과학자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창의적이며 독립적인 정신을 함양하여야 한다.
따라서 “과학은 모험이며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러플린 교수는 이야기한다. 사실 이러한 과학의 특성은 벤처기업을 포함하여 현대사회의 기업경영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러플린교수는 흔히 일반인이 가지는 노년의 노벨상 수상자 이미지와는 달리 비교적 젊은 나이인 54세로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 실용적인 스타일의 소유자이다.
그는 아직 엄청난 정력과 왕성한 연구력를 보여주고 있으며, 물리학과의 석학교수로서 포항공대의 연구자들과 활발한 교류가 예상된다.
또한 그는 자신이 보유한 리눅스 컴퓨터 시스템을 직접 운영하는 컴퓨터 구루이기도 하고 인터넷의 적극적인 활용자로서 젊은 학생 세대와도 대화가 잘 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러플린 교수는 한 달 이상의 국내 체류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포항공대의 일원으로서 포항공대인과 국내 기초과학계에 적지 않은 지적인 자극을 줄 전망이다.
그와의 교유가 계기가 되어 머지않아 세계적 석학이 포항에 몰려오고 포항공대인의 팻말이 붙은 수목이 노벨동산에 울창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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