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 진정한 학교사랑은 말이 아닌 실천
[일흔여덟 오름돌] 진정한 학교사랑은 말이 아닌 실천
  • 양승효 기자
  • 승인 2000.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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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BBS인 포스비의 Postehcian보드를 본 학우들은 누구나 학교에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음을 알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나 학우들 측에서나 누구 하나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을 내세우려 하지 않아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고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9월 26, 27일 총장간담회가 올해 처음으로 열렸다. 작년 간담회에서도, 이번 간담회에서도 나타난 두 가지 큰 문제점은 학교에 불만을 갖고 비난하는 학우들은 많으나 정작 총장 간담회에 나타난 학우들은 극소수였다는 점과 학교측의 답변이 불성실하다는 점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보여주었듯이 간담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논의의 장이었다기보다는 ‘민원해결 창구’의 성격이 더 두드러졌다.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민원들은 학교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정작 중요한 학부제문제, 75분 수업에 대한 문제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원칙론적인 설명에만 그쳤다.

한가지 예로 지난 학기부터 문제가 되었던 학부제문제를 살펴보자. 학부제는 올해부터 자기가 원하는 과를 선택하기 위해서 생각할 시간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실시되었으나 학교측이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제도를 운영하여 많은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이번 간담회에서 나온 학교측의 대답은 여전히 모호했다. 당장 다음 2001년 1학기 수강 신청시 과가 없는 상태에서 수강 신청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자기가 원하는 과를 택해 수강 신청을 했다가 원하는 과를 가지 못할 경우 자기가 알아서 수강변경신청기간에 바꾸면 될 것’이라고만 답변하는 등 현실화되었을 때 닥칠 혼란과 불편을 간과하는 안이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학우들이 많아 문제는 더 심각하다. 현재 학교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학생들은 사설 BBS인 포스비의 Postechian보드를 이용해 서로 토론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곤 한다. 총장 역시 “포스비에 올라오는 여러분들의 의견도 평소에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으며 정책에도 많이 참고하고 있다”라며 포스비에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사설 BBS로 여기서 논의되고 토론되는 것은 공식적인 입장이 될 수 없다. 그리하여 많은 문제들이 말장난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확한 근거없이 서로 비방을 일삼는 글들이 난무하는 통신상의 글들이 과연 얼마나 정책에 참고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온라인 상에서 그렇게 자기 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을 비방하면서도 정작 오프라인이 되어 간담회를 열거나 토론장을 열었을 때 나서는 이는 극히 소수라는 점이다. 이는 언제나 지적되지만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공허한 결과만 낳고 있다. 지난번 Postechain보드를 뜨겁게 달구었던 78계단찬양문제 때에도 관련 학생들이 토론장을 열었지만 “신은 없다,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며 일방적으로 자신들이 의견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한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총장 간담회에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에서는 열정적으로 학교의 발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도 정작 ‘멍석이 깔리면 뒷짐 치는 격’이다.

지금도 Posb의 Postechian보드에서는 도서관 컴퓨터실 문제로 시끄럽게 떠들고 있다. ‘오락을 하지 말자’, ‘애니메이션을 보지 말자’, ‘자기 맘이다’ 등 심심치 않게 말꼬리 잡으면서 말장난에만 그치고 있다. 과연 내일은 어떤 문제로 딴지를 걸고 넘어질 것인가. 서로 비공식적으로 이 말 저 말 하기보다는 평범한 민원실에 불과했던 총장간담회에 참석해 정말 학교를 위한 애정을 실천하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