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경우 1983년에 생명공학육성법이 제정되었지만 이 법은 국내 생명공학 산업의 육성을 목표로 하였기에 생명윤리 문제와는 거리가 있었다. 1984년 동법 시행령으로 마련하게 한 실험지침 중 하나로 생명윤리 문제를 다루도록 했으나 별 진전이 없다가 국내외적인 복제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복제문제에 대한 최초의 공개토론은 1997년 한국과학기자클럽 주관 아래 이루어졌고, 복제문제의 국내화로 문제가 심각해지자 2000년 들어서 보건부와 과기부를 중심으로 생명윤리법제정이 각기 독립적으로 추진되었다.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용역을 주는 방식으로 그 틀을 마련한 반면 과기부는 각계 전문가 21인으로 구성된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통해 18회에 걸친 토론을 거쳐 생명윤리기본법을 마련하였다. 내용면에서 과기부는 과학계와 산업계 의견에 무게를 둔 ‘엄격한 규정 하에 원칙적 허용안’을 제시한 반면 보건부는 종교·여성·시민단체 의견에 무게를 두어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안’을 제시했다. 이런 간격으로 인해 법안제출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난항을 겪었지만 ‘과학기술 발전과 윤리적 규제’란 쌍두마차를 끌고 가야한다는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국무조정실을 통해 두 부서간 의견은 다음과 같이 조율되었다.
1) 생명공학관련입법을 협조하여 추진하되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단일 법률을 추진한다.
2)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 구성은 보건복지부가 과기부와 협의하여 결정하되 두 부처의 공동간사제로 운영한다.
3) 국가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 생명과학 연구분야 관련 안건 상정은 과기부가 담당하고, 그 외 분야는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그리고 2003년 12월 29일 두 부처의 이익이 조화된 생명윤리법(생명윤리및안전에관한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생명윤리법에 의하면 임신외의 배아 생성은 원천 금지되고 임신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정자·난자의 매매나 선별은 금지된다. 잔여 배아는 불임치료와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고 체세포핵이식도 희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연구 목적으로만 허락되고 개체 복제는 엄격히 금지된다.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유전질환 검사에 한해 허용되고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교육·고용·보험 등에서 사람을 차별할 수 없도록 했다. 구체적인 연구 허용범위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심의토록 하고 보건복지부가 개별 연구계획에 대해 사전승인하도록 해 희귀, 난치병 연구라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이뤄지지 않도록 했다.
2002년 제57차 유엔총회 기간동안 열린 인간개체복제금지 협약 성안을 위한 실무회의와 특별위원회에서 독일·프랑스안과 미국안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 독일·프랑스안은 인간개체복제는 국제적 협약을 통해 금지하고, 치료·연구용 배아복제에 대해서는 추후 규제조치를 취하자는 것으로 다수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우세한 안이었다. 한편 미국은 인간개체뿐만 아니라 치료·연구용 배아복제도 규제 대상으로 삼으려 하였다. 미국은 일단 치료·연구용 복제까지 금지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하고, 그동안에 성체줄기세포연구 등 대안적 방법을 모색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비추어 볼 때 국내 생명윤리법은 연구목적의 배아복제를 허용함으로써 복제기술 발전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최대의 쟁점은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구성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 생명윤리법은 큰 틀을 규정할 뿐 잔여배아를 이용한 연구, 체세포핵이식행위를 할 수 있는 연구의 종류·대상·범위에 관한 사항 등 구체적 내용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윤리위는 장관급 7명과 과학·의학계 7명 이내, 시민·종교계 7명 이내로 구성하게 되어있다. 이에 대해 ‘장관들의 윤리위’로 인한 전문성과 자율성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생명윤리법은 제안 이유에서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생명과학기술을 질병치료 및 예방 등을 위하여 개발·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배아 연구에 있어 기술선진국으로서 격에 맞는 생명윤리법을 가꾸기 위해 지혜를 한 데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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