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제부터는 그 사정이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있었던 일이다. “선배님, 저희들은 억지로 술을 먹기 싫어요”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00학번 명의로 붙었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자기주장 강한 새내기의 목소리 정도로 넘길 수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대학음주문화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이맘때 밤쯤이면 술에 취해 대학로를 누비거나 한 켠에 쭈그리고 앉아서 토악질을 해되는 대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왠일인지 대학 주변이 예전에 비해 조용하다. 단골 술집 아주머니도 장사가 안된다며 외상 술값 내라고 독촉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디서부터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일까?
요즘 술자리에서 과거처럼 과음을 하지 않는 이유는 한번쯤 젊음이란 이름으로 객기에 빠져도 대학졸업장 하나만 있으면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던 과거와 달리 졸업을 해도 실업자가 되기 쉽다는 생각때문에 처음부터 술자리를 피한다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매년 연례행사처럼 희생자를 내던 음주사고에 대한 곱지 못한 사회의 시선도 음주문화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학 음주 문화의 가장 큰 변화의 원인은 학번 문화의 붕괴가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3살 정도 나이 차이는 학번 1년으로 메꿔지던 대학사회도 공동체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한 요건으로 배워온 세대로 채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에는 당연시되던 선후배간의 무조건적인 복종(?)이나 전체가 움직이면 개인은 당연히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 또한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음주 문화가 어떻게 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과거의 음주 문화가 개인의 배려 없는 문화라고는 하지만 그만큼 공동체의 결속에는 도움이 됐던 것만큼 변해가는 음주문화 속에서 예전처럼 너와 나의 관계가 친밀해지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이니 말이다. 아마 앞으로 대학 음주 문화도 개인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는 방향으로 나갈 것 같다. 시대적 흐름이 그러니 애주가라도 별수 있겠는가. 그러나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취하기 위해 술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친밀해지기 위해 술을 이용한다는 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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