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지나니 이제 ‘빈데믹’ 시대?
팬데믹 지나니 이제 ‘빈데믹’ 시대?
  • 강호연, 정원형 기자
  • 승인 2023.12.05 2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빈대(출처: SLATE)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빈대(출처: SLATE)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빈데믹’ 시대가 열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빈데믹’은 빈대와 팬데믹의 합성 신조어로, 코로나19 팬데믹에 빗대어 나온 용어다. 1970년대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빈대가 최근 다시 출몰하며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빈대는 노린재목에 속하는 작고 납작한 모양의 곤충으로, △침대 △가구 △가방 등에 숨어 살며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해충이다. 지난 9월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빈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지에서 빈대가 확산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까지 도달한 빈대

‘빈대 청정국’이라고 불리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DDT 등의 살충제를 사용해 빈대를 비롯한 벌레를 박멸하는 작업을 펼쳐 빈대를 성공적으로 퇴치한 나라 중 하나로 불렸다. 그러나 생태계를 교란하는 DDT 퇴출,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빈대의 출몰 등에 의해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빈대가 퍼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 유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빈대가 여행객을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빈대 발생이 급증한 나라에서 입국한 여행객이 머문 곳에서 신고가 들어왔고, 발견된 빈대가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개체이기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들려오는 빈대 목격 소식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대구광역시 A대학교 기숙사에서 빈대가 발견돼 긴급 방역 작업이 이뤄졌으며, 인천의 한 사우나의 찜질방 매트 아래에서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돼 잠정 운영 중단에 들어가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대응은

빈대의 재출현은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SNS를 통해 공포가 빠르게 확산해 정부도 빈대 대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는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지난달 3일 정부합동대책본부를 구성하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범정부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빈대 발생 상황을 확인했으며, 살충제 등 방제 용품 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허가가 필요한 살충제 8종에 대한 긴급 사용도 승인했다. 또한 정부는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한국철도공사가 운영 중인 KTX와 지하철 4,172량에 대해 모두 선제 방역을 시행했다. 해외 빈대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영국 등 빈대 발생 국가 출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역소 구제 업무를 강화하는 동시에 소지품과 화물에 열풍기를 사용한 방역을 시행하고 있다.

 

총력전에 나서는 서울시

현재 빈대 발생 횟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는 ‘빈대 제로도시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하며 빈대 신고 및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신속한 신고 접수 및 방제를 위해 ‘빈대발생신고센터’를 운영하고 △보건소 △120다산콜센터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신고 접수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또한 서울시는 빈대에 취약한 시설에 대한 방역에 집중하고 있다. 쪽방촌 및 고시원 등 위생 취약 시설의 빈대 예방 및 방제를 위해서 예산 5억 원을 긴급 배정하고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숙박시설 △목욕탕 △찜질방 등 총 3,175곳을 대상으로 서울시 빈대 예방 및 관리 실천 사항을 안내하고 위생 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할 계획이다. 만약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업체가 자발적으로 서울시의 안내 사항을 준수하고 신고할 경우, 이행 여부를 확인하고 ‘빈대 예방 실천 시설’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안을 통해 자율적인 위생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

 

해외 여러나라의 대응은

빈대에 가장 골머리를 앓는 프랑스는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에 대비해 빈대 퇴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중교통, 영화관 등 곳곳에서 빈대 출몰 신고가 잇따르자, 프랑스 당국은 탐지견을 투입해 조사하고, 3개월마다 빈대 신고와 확인된 감염 사례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영국도 빈대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런던 지하철에서 빈대로 보이는 벌레를 발견했다는 영상이 SNS에 퍼지며 런던교통공사가 대응에 나섰다. 런던교통공사는 “빈대 급증 예방을 위해 모든 객차 내 직물 표면은 뜨거운 물을 이용해 정기 세척하고 있고, 평소에도 의심이 가면 즉시 소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서울시에서 배포한 빈대 출현 대응 방침에 따르면, 빈대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빈대를 집안 및 실내 공간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빈대 출몰 지역 및 시설을 방문한 뒤 실내 공간 출입 시 옷 털기 및 옷 걸어놓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공동숙박 시설에서 지낼 경우, △침대 매트리스 △소파 △침구류 등을 살펴봐 빈대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집안에서 빈대가 출현했을 경우 신속하게 관련 기관에 신고하고 침구류와 옷 등을 고온에 소독한 뒤 밀봉해 빈대가 서식할 수 있는 곳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빈대는 단시간에 개인이 직접 방역하기는 어려우므로 방역업체나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

 

생존력과 번식력이 높은 빈대의 퇴치를 위해서는 발견 시 신속히 신고해야 하며,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다. 빈대 창궐은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빈데믹’ 시대라는 말이 나온 만큼, 전 세계적으로 빈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결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