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조각으로 그린 그림
다양한 조각으로 그린 그림
  • 고평강 기자
  • 승인 2022.05.15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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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기법 중 ‘모자이크 기법’이라 불리는 방식이 있다. 월간 미술지는 이를 작은 단편들을 모아 일정한 형상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정의하며 타일 유리, 조개껍데기, 나아가 신문지 조각도 사용하곤 한다. 이렇게 서로 재료도 색도 다른 조각들이 모이면 윤곽만 주어진 그림에 생동감과 세밀함이 더해진다. 흩어져 있을 때는 의미 없어 보이던 조각들이 모여 감탄할만한 하나의 명작을 완성하는 것이다.

나는 살아가면서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기를 주저하곤 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성공한다 해도 그 경험이 내게 의미가 있을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경험에는 배울 점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실험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경험을 통해 철저한 준비성과 대처력의 중요성을 배웠고 연극을 하면서도 과감히 도전하는 용기를 얻고, 친구와 이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작은 경험에서 큰 것을 배워가며 그 어떤 조각도 명화의 일부가 되는 모자이크 기법처럼 의미 없어 보이는 경험에도 배울 점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나는 어떤 길을 가든 망설이지 않는 오프로드 지프와 같은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장자는 “좁은 연못에 사는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고, 여름 한 철을 사는 벌레에게 차가운 얼음을 이야기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많은 경험이 쌓일수록 많은 것을 말하고 상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자이크 기법을 쓸 때도 더 다양한 조각이 있을수록 표현이 세밀해지고, 삶을 살아갈 때도 겪은 것이 많을수록 선명하게 꿈을 꾸고 노력할 수 있다. 경계가 없는 학문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무한한 잠재력을 펼치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대학에서 무은재학부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때론 신문지처럼 의미 없어 보이던 재료가 초상화의 귀가 되고 눈이 되는 것처럼, 당장은 피하고 싶은 도전과 경험도 언젠가는 내 꿈을 향해갈 계단이 돼줄 것이다. 비록 고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스스로 정해지지 않은 길을 선택해야 하기에 막막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이 내 일부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간다면 언젠가 한 폭의 명화가 돼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