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 화장실에 화장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과 함께 나를 매료시켰던 것은 무한한 전력 사용이었다. 공짜나 다름없음을 알고 밤새도록 전기를 써댔으니 말이다. 집에서 그렇게 낭비를 한다면 엄청난 전기세와 부모님의 질책으로 자연스레 절전을 하게 자제가 되지만, 이 곳에서는 전혀 그런 제재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 전력낭비가 무의식적으로 습관화된다.
몇 시간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 켜져 있는 전등을 보고도 꺼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면 심각한 문제이다. 관리적인 측면에서 인체인식전등을 달자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겠지만, 학교에 문의해 본 결과 제한적인 설치 장소와 여러 단점으로 별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 시설을 요구할 수 없다면 우선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전력을 아끼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누가 사용했든 간에 낭비되고 있는 전력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더욱 좋겠다. 학교가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학생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때, 절전으로 아낀 돈을 들어 당당하게 우리의 복지를 요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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