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화국 현상과 지방의 미래
서울 공화국 현상과 지방의 미래
  • 박준우 기자
  • 승인 2022.05.02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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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통령 당선인이 ‘지방의 시대’라는 모토로 새 정부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임기 중 계속 유지한다는 언급도 있었는데, 이 취지에 대해서 찬반 의견이 공존하기도 했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된 문제는 정당과 상관없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는 국정 테마이자 국가적 관심사 중 하나다. 2007년 시작돼 2019년 마무리된 1차 공공기관(153개) 지방 이전 사업,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등의 사례 등이 지역균형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정책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지속적인 시도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최근 몇 년간 수도권 인구 비율은 더 높아졌고 수도권-비(非)수도권 소득 양극화 현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 등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인구와 인프라가 모두 서울을 필두로 한 수도권 지역들에 집중되는 현상을 빗대어 ‘서울 공화국’이라고 한다. 서울특별시에는 600㎢를 조금 넘는 면적에 1,000만 명에 달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경기도까지 넓혀보면 전체 국토의 약 1/8 면적에 과반의 인구가 분포하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지나친 수도권 집중 현상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대표적으로 교통·문화·교육의 불균형과 여기에 기인한 일자리 문제가 있다. 한 국가의 수도는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인 만큼 많은 정책이 수도를 중심으로 계획되고 시행되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여타 국가와 비교해 지나친 편이다. ‘강남 8학군’, ‘인서울’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서울의 교육 수준과 대학 선호도 때문에 지방대는 지방에 있다는 이유로 선호도와 입결이 떨어지거나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또 종종 언론에서 떠들썩대는 신도시를 어디에 개발할 것인지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의 역을 어디에 지을 것인지와 같은 논쟁은 지방과 크게 동떨어진 이야기일 뿐이다. 이렇듯 많은 시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레 각종 기업·기관도 수도권에 자리한다. 실제로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743개 기업이, 대기업 71곳 중 62곳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 청년 인구는 좋은 일자리가 집중된 서울로 유입되고, 지방 기업들은 이들과 수도권 인프라를 좇아 서울로 본사를 이전하려 한다. 또다시 인구 이동을 초래하는 양성피드백 상황은 씁쓸하지만 어쩌면 당연하다. 이외에도 부동산 버블과 지역 간 경제 격차, 수도권 지역 삶의 질 등 다방면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지방 소멸은 서울 공화국 현상의 부차적인 결과 중 하나다.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출산율 저하·고령화 같은 자연적 감소보다 인구 유출로 인한 사회적 감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문제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만 영향을 미치는 건 결코 아니다. 소외 지역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 도시재생사업 등을 벌일 것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예산편성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우리가 모두 해당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국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같은 특정 요인에 의해 불평등이 초래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지역 간 갈등을 야기하거나 비수도권 지역을 무시하는 태도에 매몰되지 말고,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한 노력에 관심을 가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