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겨레 손석춘 여론매체부장의 글 가운데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이라는 제목으로 요즘 대학생들을 비판한 글이 있다. 손석춘 씨는 대학축제 기간 동안 “흥겹게 마시고 춤추며 노래하는 젊은 벗”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그런 모습들을 보며 그 자리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대학생들에게 손석춘 씨는 “다만 참을 수 없는 즐거움 속에서 비록 순간일망정 당신이 누군가를 기억해주길”바란다며 “오늘 이 정도나마 대학에 자유의 공간이 있다면 그것은 젊은 나날을 온몸으로 바친 젊은이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그들이 때로는 자신의 몸을 중앙도서관 옥상에서 던지거나 자신의 살과 피를 불사르면서 민주주의를 노래했기 때문임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얘기하였다. 그러면서 “궁금합니다. 과연 당신은 오늘 당신의 후배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건가요… 반민족반민주세력들이 당신 앞에 엄존하고 있지 않은가요? 그리고 무엇보다 신자유주의 굴레 아래 고통 받는 민중들이, 당신의 이웃들이 실존하고 있지 않은가요?”라고 하였다.
그런데 손석춘 씨는 이 글을 쓰고 나서 80년대 대학생들이 왜 시위를 했는지 의문이라는 요지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게 그토록 중요한 문제였는지, 혹시 다들 휩쓸려서 그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는 글이었다.
정말 그럴까? 우리 앞에 펼쳐진 세상이 그렇게도 냉혹한데? 불과 네 달밖에 안 지난 6월 29일 롯데호텔에서는 강경진압 때문에 수많은 노조원들이 다쳤다. 이들은 피 흘리고, 무릎 꿇고, 기어야 했다. 또한 매향리 주민들은 100dB이 넘는 소음 속에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한국정부를 상대로 시위하고 있고, 이 일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덮어두고 외면할 수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포항공대 학생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국가의 과학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으로 이 모든 것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손석춘 씨의 그 편지에 대한 답변이 바로 그 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분명히 말씀드리지요. 아무도 당신에게 그것을 가르쳐 줄 사람은 없어요. 얼마 전에 일어난 아셈 시위현장이나 오늘 이 순간도 숱하게 일어나는 노동쟁의 현장에 단 한번이라도 참여해보세요. 왜 그들이 시위를 하는가를, 왜 그들이 머리를 깎는가를, 왜 단식을 하는가를, 왜 여전히 이 땅에서 미군에 엽기적으로 살해당하는 젊은 여성들이 있는가를, 왜 여전히 이 땅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민중들이 많은가를. 그 현장에서 스스로 느껴보세요. 당신이 2000년 오늘 20대가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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