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대한 무관심, 학생 민주주의 기틀 흔들린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 학생 민주주의 기틀 흔들린다
  • 장유진, 최대현 기자
  • 승인 2021.12.1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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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자 없어 내년에도 총학생회장직 공석

작년에 이어 올해도 총학생회장단 선거 출마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학생회 산하 자치기구인 생활관자치회와 총여학생회로부터 선거 권한을 위임받아 △총학생회장단 △생활관자치회장단 △총여학생회장단 후보자 모집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 후보자 모집 기간에 총학생회장단은 물론, 총여학생회장단 후보자 또한 공석이었으며 생활관자치회장단 선거의 경우, 단 하나의 선거운동본부만이 출마했다.
기존 계획된 선거 일정은 지난 10월 23일까지 △총학생회장단 △총여학생회장단 △생활관자치회장단의 후보자 등록, 10월 26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선거 운동, 지난달 9일과 10일 투표 후 11일 자정에 실시간으로 개표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출마자가 없어 생활관자치회장단 선거만이 기존 일정에 따라 진행됐고, 총학생회장단과 총여학생회장단 선거는 선거시행세칙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선거를 진행했다. 재선거는 지난달 23일부터 후보자 등록을 시작해 오는 14일과 15일에 투표를 진행하고, 16일 자정에 개표할 예정이었으나 후보가 나오지 않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8일부로 해산했다.
2022학년도 생활관자치회장단 선거는 지난달 9일과 10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으며, 전체 학부 재학생 중 사전에 온라인 투표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 및 활용에 동의한 학우들만 유권 자격을 얻었다. 유권자들은 투표 기간에 메일을 통해 본인 인증 후 투표권을 행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공정한 온라인 개표를 위해 지난 11일  Zoom을 통해 실시간으로 개표 결과를 공개했다. 투표 결과, 단일 후보인 ‘꿀단지’(정후보 고태영, 부후보 이민규)가 유권자 227명 중 찬성 108표(91.53%), 반대 10표(8.47%)를 얻었으며, 투표율은 227표 중 118표로 51.98%를 기록했다. 선거 시행세칙 제83조 제2항과 생활관자치회칙 제53조 2항에 따라 득표수가 유권자 총수의 3분의 1을 초과했고 투표자의 과반수가 찬성했기 때문에 꿀단지 후보가 생활관자치회장단으로 당선됐다. 생활관자치위원장에 당선된 고태영(신소재 20) 학우는 “어느 상황을 마주하든지 학우들의 불편함 개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며,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생활관자치회를 일궈 나가겠다”라고 당선 소감을 남겼다.
학생 단체 선거를 향한 학생들의 관심은 줄어드는 추세다. 생활관자치회장단 선거 투표만 보더라도, 지난해까지 3년간 생활관자치회장단 득표수가 각각 509표, 711표, 525표였던 것에 비해 올해에는 118표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에 온라인 선거를 치르면서 예년보다 유권 자격을 부여받는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번 선거인 등록 절차는 학부 재학생을 자동으로 등록하던 기존 방식과 차이가 있다. 최연준(산경 19)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고 메일로 본인 인증을 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유권자 수가 감소할 것은 예상했으나, 학우들의 소중한 개인 정보 보호와 공정한 선거 진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였음을 알아줬으면 한다”라며 절차에 대한 이해를 호소했다.
학생 사회를 향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상은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학생 단체장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학생 사회 관심 저하의 원인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수업 체제로의 전환이다. 학생 간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던 의견 표출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학생 활동에 갖는 관심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최 학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캠퍼스에 학생이 줄어든 상황을 지적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실행하고자 하는 열정을 가진 학생이 학생 대표자로 나서는데, 비대면으로 학기가 진행되면서 이런 열정을 표출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부원들과의 소통이 어려워진 것 또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정우(무은재 19) 비상대책위원장은 “행사 기획과 부원들과의 친목 도모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지면서 즐거움보다는 정말 봉사만을 위한 자리가 돼버린 것 같다”라며 학생 단체를 향한 관심이 감소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원인으로는 학생 대표자로서 처리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와 무거운 책임이 있다. 김종은(화공 19) 총여학생회장은 “학생 개인에게 학생 대표자로서의 업무와 책임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라며 “나아갈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도 출마자에게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총학생회칙 제1장 제2조에서 ‘본회는 회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 과정에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제반 환경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 단체의 대표자 자리가 공석인 현상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움을 의미하며, 이는 학생 사회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학교에 주인 의식을 갖고 학생 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 학우는 “학생 수가 적은 우리대학 특성상 총학생회장단의 부재가 길어진다면 학생 사회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거운 책임만큼 그 누구도 해보지 못할 경험과 넓은 시야, 강인한 정신력을 얻을 수 있다”라며 총학생회장단 선거 출마를 독려했다. 학생 사회를 지탱할 학생 대표자들이 없다면 이후 대면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다양한 대학 행사를 경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비대면 학기 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학생 사회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