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분반의 의미
잊혀져가는 분반의 의미
  • 최대현 기자
  • 승인 2021.12.14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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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입학 전부터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바로 ‘분반’ 때문이다. 분반이란 330명 남짓한 신입생들을 약 22명씩, 15개의 반으로 나눈 것으로, 무은재학부 이전부터 이어져 온 의미 있는 제도다.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학과와는 달리, 분반은 같은 시간에 같은 기초필수 과목을 듣는 학생들을 모아놓았을 뿐 공식적인 단체는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그 어느 단체보다도 충만한 소속감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단체가 바로 분반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분반끼리 함께 밥을 먹거나 과제가 끝난 기념으로 술자리를 갖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2003년생으로, 조기 졸업 후 1년 일찍 대학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는 것에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실제로 내가 속한 분반의 21학번 동기들은 전부 2002년생이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들은 부분 대면 수업 이후 말끔히 사라졌다. 같은 분반 동기인 형, 누나들과 수업도 같이 듣고, 과제도 같이 하면서 빠르게 가까워졌다.
나는 우리 분반을 사랑하고, 우리 분반 사람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요즘 분반의 의미가 점점 잊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년까지는 분반끼리 다 같이 수업을 들었지만, 올해는 IT융합공학과를 별도로 선발하지 않으면서 분반 내 학생들의 수업을 다르게 배정했다. 또한,  개강총회와 종강총회는 화상 회의로 대체된 지 오래고, 신입생들의 적응을 위해 학교에서 마련한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수업에서 지시한 분반 활동 역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다 이유가 있는 조치이지만, 개인적으로 분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수습기자 생활을 하면서 지긋지긋하도록 마주쳤던 주제는 역시 코로나19다. 2019년 말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로 많은 사건사고들이 있었고, 상황이 악화되면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왔지만 어느새 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내년에 우리대학에 입학하게 될 22학번 후배들에게는 활기찬 분반 분위기를 물려주고 싶다. 내년에는 좀 더 의미 있는 분반 활동을 통해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 주고 함께 시간도 보내면서 활기찬 분반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