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목과 같은 3학점, 우리대학 교양 과목 실태
전공과목과 같은 3학점, 우리대학 교양 과목 실태
  • 김종은, 안윤겸 기자
  • 승인 2021.10.1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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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목 학생 인식 설문조사 결과
▲교양과목 학생 인식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의 모든 교양 과목은 인문사회학부에서 담당한다. 학번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반드시 12~14학점의 교양 필수 과목과 15~18학점의 교양 선택 과목을 이수해야만 한다. 그러나 매 학기 수강 신청 기간마다 몇몇 교양 과목에 대한 정원 증원 요구가 나타나기도 하고, 학기 말이면 교양 과목의 수업 난이도와 과제량이 과한 수준이라는 의견이 등장하는 등 교양 수업의 커리큘럼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교양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조사를 위해 전체 학부생 대상 교양 수업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인문사회학부장 권수옥 교수 인터뷰를 통해 현재 교양 과목의 운영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이공계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교육
현재 인문사회학부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자기 분야의 우수한 전문가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차원적 사고능력과 도덕성을 갖춘 이공계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의 목표를 알고 있던 학생의 비율은 45%(54명)였고, 목표가 적절히 설정됐다고 생각한 학생은 65%(78명)였다. 반면, 교양 과목이 이러한 목표에 부합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47.5%(57명)에 그쳤다.
인문사회학부의 발전 방향은 지난 해 10월 30일 인문사회학부에서 결정해 우리대학 총장과 법인을 통해 승인된 ‘HSS 프로젝트’에 근거한다. HSS 프로젝트는 향후 10년 간 학생들의 △Critical △Social&Culture △Economic&Financial △Scientific △Civic Literacies 5가지를 증진하기 위한 이공계 특화 교육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5가지 목표는 OECD에서 제시한 우리가 원하는 미래(Future we want)의 3가지 성격 △모든 학생이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 △학생이 지니고 있는 잠재력의 최대 발현 △개인과 사회의 웰빙에 기초한 공동의 미래사회 구축에 근거한다. 우리대학은 타 대학에 비해 학생 수가 적어 학생들의 말하기와 글쓰기를 중심으로 하는 학생 주도 수업이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고, 인문사회학부는 이러한 우리대학의 특성에 맞춰 HSS 프로젝트의 목표를 바탕으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교양 과목의 다양성 충족을 위해
설문조사에서 인문사회학부의 운영이 현재 설정된 목표에 부합하지 못하다고 생각한 학생들에게 이유를 질문한 결과, 과목의 다양성 부족(18명)을 꼽은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교양 과목의 개수와 종류가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70%(72명)의 학생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권 교수는 “현재 대학 정책상 전임 교원 확보가 힘들어 교양 과목의 안정적인 개설에 문제가 있다”라고 답변했다. 현재 인문사회학부는 15명의 전임 교수와 13명의 비전임 교수로 구성돼 타 전공에 비해 비전임 교수의 비율이 높다. 새로운 과목을 개설하게 된다면 학생들의 재수강을 고려해 최소 4학기 이상 정기적인 과목 개설이 필요한데, 비전임 교수는 그것이 어렵다. 또한, 권 교수는 비전임 교수를 전임 교수로 임명하기에는 대학 예산이 한정돼 있어 인문사회학부의 교원이 한 명 증가한다면 타 학과의 교원이 한 명 줄어들어야 함을 언급했다. 따라서 현재 과목 일람표에 포함돼 있더라도 개설되지 않은 과목을 비전임 교수가 담당하고 있다면 당장 개설이 어렵다. 다만, 권 교수는 미개설 과목에 대해서도 언제든 여건이 충분하다면 개설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인문사회학부에서는 부족한 교수 인력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수요를 파악해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 현재 △POSTECH-연세대 개방·공유 캠퍼스 △한예종과의 학술교류협정 △MOOC △국내 및 해외 대학 학점 교류 △해외 대학 온라인 학점 교류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학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OSTECH-연세대 개방·공유 캠퍼스 제도는 정규학기와 계절학기 학점 교류뿐 아니라, 연세대 Online Course 교과목 공동 개설, 원격화상 강의 공동개설 등 여러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제도다. 한예종과는 2008년부터 학술교류협정을 맺고 양교 교수들이 상대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류 강좌를 개설해 운영해왔다. 또한, 온라인 공개 수업인 MOOC 제도를 통해서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온라인 강좌를 수강해 일정 기준 충족 시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국내 및 해외 대학의 학점 교류를 통해서도 각 대학의 교양 강좌 수강이 가능한데, 2021학년도 2학기부터 외국 대학 온라인 학점교류 제도가 새롭게 시행 중이다. 이는 단기 유학과 별도로 운영되는 제도로, 본교에서 학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해외 교류 대학의 교과목 1~2개를 추가로 온라인 수강해 교류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에게 우리대학에서 개설되기를 바라는 교양 과목의 종류를 질문했을 때, 제2외국어(15명), 심리학(12명), 공연·미술·예술 관련 교과(9명) 등 다양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과목은 앞서 설명된 제도를 통해 수강 가능한데, 그중 제2외국어의 경우 교양 선택 과목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권 교수는 교양 선택 과목으로 인정되는 과목은 인문사회학부의 교과 일람표에 포함되는 과목뿐임을 설명했다. 제2외국어 관련 교과는 2017년까지 우리대학의 교양 과목에 해당했으나 2018년부터 제외돼 타 대학에서 관련 과목을 수강하더라도 자유 선택으로만 인정된다.
우리대학은 현재 계절학기 동안 교양 필수에 해당하는 영어 프로그램만 수강 가능하다. 설문조사에서 교양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건의 사항을 조사했을 때, 계절학기 개설 과목의 확대를 원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 교수는 계절학기에 영어 프로그램만 개설되는 이유로 “우리대학 학생들이 방학에는 넓은 세상에서 시야를 넓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답변했다. 영어 프로그램은 다른 과목에 비해 졸업을 위해 수강해야 할 과목 수가 많아 개설되지만, 학교 정책상 그 외의 과목은 계절학기 중에 추가 개설되지 않을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일부 학생들은 교양 과목 수강의 필요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마지못해 졸업 학점을 위해 교양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인문사회학부에서는 현실을 직시하고 학생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고민하고 있음을 전했다. 또한, “졸업에 필요한 학점으로 교양 과목 3학점도, 전공과목 3학점도 같은 무게라는 것을 학생들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교양 과목을 전공에서 벗어나 기분 전환으로 수강한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성장과 교육은 없다”라며 학문적 신실성을 갖고 진지하게 학문을 탐구하는 자세를 강조했다.

홍보와 정보 전달의 효율 개선 필요해
우리대학에서는 지난 2019년 1학기부터 융합부전공을 운영하고 있다. 융합부전공은 융합문명, 경제·금융, 과학기술학 세 가지 분야로, 인문사회학부의 연구 및 교육 역량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전공학과와의 융합 연구 활성화를 위해 개설됐다. 학생들은 전공과 관계없이 각 1개의 융합부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각 융합부전공 이수를 위해서는 각 분야에 해당하는 과목을 이수해야만 하는데, △융합문명은 융합문명 과목 21학점 △과학기술학은 기본 과목 12학점과 심화 과목 9학점 △경제·금융은 기본 과목 15학점과 심화 과목 6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 융합부전공의 존재를 알고 있는 학생은 79.1%(95명)였지만, 이수 요건을 알고 있었던 학생은 47.5%(57명), 이수 중이거나 이수 의향이 있는 학생은 19.2%(23명)에 불과했다.
교양 과목은 졸업을 위한 필수 요건이자, 융·복합적 가치 창출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에 핵심적이고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대학은 종합 대학과 달리 전체 학과의 수가 적고 학생 수도 소수에 불과해 교양 교과에 대해 전공 교과만큼의 투자가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우리대학에서는 여러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교내회보와 개인 메일을 통한 분산적인 홍보로 인해 학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엇갈리고 있다. 한 학우는 “교양 과목과 관련된 제도가 이렇게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지 몰랐다. 모든 교내회보를 하나씩 확인하기 어렵다 보니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홍보와 정보 전달의 효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연구중심대학인 우리대학에서 이공계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은 틀을 깨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수 있는 고차원적인 인재를 길러내는 과정이다. 이는 단순히 이공계 지식의 답습을 넘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교양 과목 수강은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필수 불가결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와 같은 가치를 가꾸는 방법이다. 이공계 글로벌 리더 양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학생과 학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교양 커리큘럼의 등장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