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적 상관관계에 대해
양자적 상관관계에 대해
  • 함병승 /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
  • 승인 2021.10.1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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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가르개 상에서 단일광자의 출력 구분불가능성. BS: 50/50 비편광 빛가르개 φ: 위상조절기
▲빛가르개 상에서 단일광자의 출력 구분불가능성. BS: 50/50 비편광 빛가르개 φ: 위상조절기

 

영(Young)의 이중 슬릿 실험에 관해
1801년 영(Young)의 이중 슬릿 실험에서는 간섭 현상을 두 개의 파원에 기인한 공간적 중첩이라는 고전적 물리학 세계관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있다. 간섭 현상은 맥스웰 방정식으로부터 얻어진 두 개의 결맞는 파동방정식으로 기술되고, 간섭의 기저상태는 소멸간섭과 보강간섭이다. 그러나 1927년 전자를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의 결과로 파동에 기초한 간섭무늬가 나타나자, 전자를 입자로 간주했던 고전적 물리학 세계관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입자를 이용한 이중 슬릿 실험은 이후 광자, 분자 등으로도 확대됐다. 1900년 흑체복사로부터 유래된 빛의 양자 가설은 단일 광자 간섭무늬 실험 결과와 모순됐기에 새로운 양자역학적 해석이 필요했다. 단일 광자의 이중 슬릿 실험 결과를 해석할 때 상보성 원리에 의해 편의에 따라 때로는 입자로, 때로는 파동으로 적용하곤 하는데 이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추상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보른(Born)은 양자 상태를 측정의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했는데, 기존 고전적 세계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확률 진폭(probability amplitude)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1927년에 등장한 슈뢰딩거 방정식에 있어 확률 밀도 함수의 기원이 된다. 이때 확률 진폭이란 상태의 파동함수가 복소수로 구성되어 있기에 가능한데, 이미 파동의 복소수적 표현은 맥스웰의 전자기 파동함수에 나타나 있어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다만 측정은 복소수로 표현될 수 없기에 양자 상태를 두 복소수의 중첩으로 나타내고, 측정은 중첩의 밀도함수로 표현한다는 것이 크게 다르다.

구분 불가능성 (Indistinguishability)
단일 입자 이중 슬릿 실험 결과는 보른 규칙(Born rule)에 기초한 입자의 양자 중첩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양자 중첩(superposition)은 일반적으로 둘 이상의 파동함수의 확률 진폭이 중첩된 것이기에, 단일 광자의 중첩은 고전적 물리학 세계관에서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단일 광자 간섭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광자가 선택하는 경로의 구분 불가능성으로, 다시 말해 그림 1(a)의 비편광 빛가르개(BS)를 통과하는 단일 광자가 선택하는 출력 포트는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단일 광자가 반반의 확률로 출력된다는 것이 아니라, 단일 광자 확률진폭이 각 출력 포트에서 반반으로 나타나고 검출은 그 중첩의 절댓값의 제곱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빛 가르개는 영의 이중 슬릿과 동일한 효과를 주는데, 다만 다른 점은 두 출력광 A와 B 사이에 발생하는 위상차다. BS 출력광, 즉, 반사광과 투과광 사이의 상대적 위상차는 ±π/2임이 알려져 있다.
그림 1(a)을 그림 1(b)의 마하젠더 간섭계로 확장하면, 무경로차의 경우(φ=0) 두 개의 BS가 결합해 있기에 최종 출력 확률은 총 4개의 확률진폭(++, +-, -+, --)에 기초한다. 물론 마하젠더에 적용하는 이러한 해석은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어디에서도 제시된 바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무경로차 마하젠더 간섭계의 결과는 반드시 D에서만 출력돼 마치 ++의 경우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보른 규칙에 기초하면 실제로는 위 4가지 중첩의 양자역학적 결과다. 흥미롭게도, 입력이 단일 광자인지 레이저인지에 관계없이 마하젠더 결과는 동일한데, 이 사실 역시 보른 규칙에서 양자적으로 증명됐다. 즉, 간섭계에서 양자성과 고전성을 구분하기는 불가능하며 그 이유는 간섭계가 이미 파동성에 기초하기 때문일 것으로 이해된다.

거시 양자 얽힘
거시적 양자 얽힘 상태는 일반적으로 N00N으로 나타내는데 이는 N개의 광자로 구성된 양자얽힘 쌍의 하나다. 보른 규칙에 따라 2개의 진폭 확률을 갖는 각각의 광자가 하나의 광자 쌍을 형성하므로 광자 쌍수는 N/2이고, N00N 상태는 총 2N/2개의 경우의 수를 갖는다. 그중 양극단에 위치한 즉, 아무것도 없는 상태와 모두 있는 상태로만 구성된 것이 통상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입자-파동 이중성에서 광자는 광자 수(에너지)가 명확하게 기술되기에 위상은 매우 불명확해야 하며, 따라서 개별 광자의 위상은 특정될 수 없다는 것이 양자 상태 측정의 불확정성이다. 그러나 광자 쌍에서 상대적 위상차가 특정되는 것은 양자역학 원리에 위배되지 않는데, 이미 이에 관한 해석은 1935년 EPR 논문과 1964년 벨 부등식 논문에서 수용된 바 있다. 그러나 N/2개 쌍으로 구성된 N00N 얽힘 광자 쌍의 경우, 서로 다른 얽힘 광자 쌍의 N/2개 광자들 사이의 위상 관계는 전혀 정의되지 않고 최대 상관관계(maximum correlation)란 말로 뭉뚱그려 표현될 뿐이다. 

기존 양자기술에 관해
단일 양자얽힘 광자 쌍이 광자 양자컴퓨터의 핵심 자원이듯, 거시 양자얽힘 쌍은 고전적 표준양자한계를 극복하는 양자 센싱의 핵심자원이다. N/2개 광자 쌍 사이의 위상관계가 불특정해 확정적 N00N 상태 발생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광자 양자컴퓨팅에 있어 빛 가르개를 이용한 단일 얽힘 광자 쌍 생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확정적 고전 정보기술보다 양자 기술은 쇼어 알고리즘이나 데이터 찾기 등 특정 양자 알고리즘이 기초한 양자얽힘 쌍의 중첩 결과로 나타나는 기하급수적인 처리 속도 향상에도 불구하고, 양자 자원 생성이나 양자 측정의 절차적 비효율을 초래한다.
양자 센싱에서의 거시 양자얽힘 쌍 생성은 더욱 현실적인 문제다. N이 클수록 양자 센서의 센싱 능력은 향상되나 거시 양자 발생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생성 빈도가 저하돼 사실상 N00N 상태에 기초한 양자 센서 개발이 어렵다. 이것이 자율주행차, 드론 등의 완전한 무인 운용을 위한 핵심 기술이 라이다(LiDAR)에 있음에도 양자 라이다가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양자역학에 관한 새로운 해석
양자역학은 파동-입자 이중성에 기초하는데, 기존 양자역학의 발전은 입자성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무엇보다도 단일 입자의 경우 위상정보가 무작위적으로 되는 것을 일률적으로 결합 광자 쌍에까지 적용하는 안일함을 보여왔다. 그 대표적 결과가 반상관관계로 나타나는 Hong-Ou-Mandel(HOM) 상관성이다. 최근 본 저자는 HOM 상관성에 대해 기존 학계와는 달리 파동적으로 해석했다. 얽힘 광자 쌍을 구성하는 두 개의 광자 사이에 특정한 위상차가 HOM 현상을 나타냄을 규명했고, 이는 다름 아닌 그림1 출력광 사이의 위상차다. 광자 두 개로 구성된 얽힘 광자 쌍은 빛가르개의 위상기저 2개 사이의 텐서 곱으로 나타내어지고 그 결과가 HOM 반상관관계 즉 광자 묶임(photon bunching)으로 귀결된다. 이런 해석은 곧 양자얽힘 쌍이 미시적으로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해 양자역학 해석에 있어 혁신적이다.

맺으며: 파동성에 기초한 거시적 양자 발생
그림 2(a)는 그림1에서 단일 광자에 관해 논의한 빛 가르개와 마하젠더 간섭계를 확장한 거시적 양자얽힘 빛 쌍 발생구도다. 첫 번째 마하젠더 간섭계에서 입력광 E0는 일반 레이저 광원이고, ζ와 ζ‘은 중심 파장의 좌우대칭을 갖는 파장변환기인데 서로 배타적으로 작용한다. 하나가 on되면 다른 하나는 off되고, off인 경우에는 중심 파장으로 대체돼, E1과 E2는 배타적 파장 대칭을 갖는 광원이 된다. ζ와 ζ’이 ±π/2를 충족하는 조건(구분 불가능성을 만족하는 경우)에서 두 번째 마하젠더 간섭계의 출력광 EA와 EB는 두 개 광자얽힘 쌍에 기초한 HOM 상관관계, 즉, 광자 묶임 현상을 만족한다(그림 2(b)). 이는 단일광자 수준을 넘어 거시적 빛 쌍이 서로 얽힘을 의미하며, 경로불구분성은 고전적 방법으로 달성돼 확정적 양자얽힘 빛 쌍 발생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양자 중첩은 보른 규칙에 기초하는 양자 상태의 기저상태가 빛가르개 같은 특정 양자계에서 발현된 것으로써, 양자역학의 파동성에 기초할 경우 위상이 특정되고 에너지는 특정되지 않는 이유로 단일 광자든 앙상블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양자역학에 관한 이런 새로운 해석은 확정적이고 거시적인 양자 상태 구현이 가능해 향후 새로운 양자 기술 패러다임을 구축할 것이다.

▲거시적 양자얽힘 빛 쌍 발생. B. S. Ham, Sci. Rep. 11, 11388 (2021)
▲거시적 양자얽힘 빛 쌍 발생. B. S. Ham, Sci. Rep. 11, 11388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