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어떻게 삶이 될까?
문학은 어떻게 삶이 될까?
  • 기민정 / 화학 19
  • 승인 2020.11.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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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는 책 읽기를 숙제처럼 했다. 기한 내에 해야 하는 과제처럼 꾸역꾸역 글자를 머릿속에 욱여넣었다는 뜻이다. 무언가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손에 잡히지 않는 책장을 넘기다 도리어 독서를 포기해버리는 일도 잦았다. 그간 독서는 내게 있어 썩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학기 ‘인문과 예술의 세계’ 수업에 이어 이번 학기에 ‘세계시민주의와 서사적 상상력’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다. 대부분이 문학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토론과 토의로 구성됐던 이 강의는, ‘들었다’라기 보다는 ‘참여했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두 수업에서 나는 놀라울 정도로 문학에 빠져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이 너무 애틋했고, 안타까웠으며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학, 특히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마주한다. 각자의 이야기, 배경, 성격을 가진 인물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내가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일이다. 언젠가 소설을 ‘있을 법한 이야기’라고 칭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정말로 내 주변에 이웃으로 살아 숨 쉬고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들여다보며, 그들과 함께 웃고 우는 것이 참 즐겁다고 생각했다.
결국, 문학을 읽는 것은 우리 사회에 존재할 법한, 또는 존재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과 같았다. 드라마를 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강의 수강생들과 함께 이야기함으로써, 그 삶의 형태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할 수 있었다. 
특히 ‘혐오와 배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수자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던 일이 참 기억에 남는다. 나 자신의 무지함에 큰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소수자를 알리기 위한 매체로써 소설은 얼마나 적나라하고 날카롭게 우리 사회를 비판하고 있을까. 문학만큼 솔직하게, 또 예민하게 우리를 잡아당기는 고발 수단이 또 있을까?
결론적으로 문학은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 또는 기록 장치와 같다. 문학을 통해 묘사된 허구의 삶은 결국 글을 읽는 독자, 그리고 독자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에 투영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메시지는 사회에 외치는 절박한 고발이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던지는 문제의식이기도 하며, 꾸짖음이기도 하다. 사실 읽는 사람이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런 메시지를 해석하며 우리는 또 사회를 배우고, 각자의 삶을 조율한다. 어떤 때는 메시지를 해석하려는 노력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자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자 가치가 아닐까.
문학은 생각하고 고민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삶에 투영된다. 작품이 제시하는 상황에 대한 결론을 짓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문학이 삶이 되는 것은, 사유하는 그 순간을 통해서다. 그리고 이런 사유는 대화를 통해 쉽게 유도되는 것 같다. 함께하는 독서가 멋진 이유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에 이런 독서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이 잘 마련돼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함을 느낀다. 책 읽는 포스테키안, 리더스 클럽, 도서 택배 대출 프로그램 등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이 고민이라면, 학교 학생을 위한 추천 도서 100선을 참고할 수도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읽는 것’ 뿐이다.
흔히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가장 풍요로운 계절인 가을에, 독서는 가슴마저 넉넉함으로 채우기에 좋은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을을 맞아, 문학 작품을 통해 각자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