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기숙사 생활 이대로 좋은가
[지곡골목소리] 기숙사 생활 이대로 좋은가
  • 문지묵 / 화학 석사 과정
  • 승인 2001.10.3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숙사 작은 방에 두세명이 함께 살다보니 여유있게 쉬고 싶거나 휴일 낮에 TV가 보고싶으면 휴게실을 찾는다. 그런데 가끔은 휴게실에 가면 기분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 기숙사 17동 각층 휴게실에는 TV 리모콘이 하나씩 생겼다. 거기에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 소중히 사용합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하얀 종이가 붙어있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하나가 없어지더니,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그것들은 모두 어디론가 없어져 버렸다. 어디로 간 것일까, 새것이라 벌써 버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는데, 누구의 방으로 간 것일까?휴게실에 있는 정수기의 물이 나오는 곳 밑에는 물을 받다가 흐른 물이 빠져나갈 구멍이 작게 나있다. 가끔 이 구멍이 라면 면발로 막혀있는 장면을 보곤 한다. 그 옆에 놓인 쓰레기통에 라면 국물을 버려서 온 휴게실 안을 불쾌한 냄새로 가득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아무리 매일 아주머니들이 휴게실과 복도를 청소해주신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자기 몸 조금 편하겠다고, 좁은 방에서 나와 잠시 기분 전환하러 휴게실에 들른 이들을 짜증나게 만들어도 되는 것인가.

솔직히 내가 이런 이야기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상식 이하의 행동이 미래의 국가 과학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난잡하게 책이 담겨있는 바구니나 부피 큰 짐을 자기 방 앞 복도에 내어놓은 사람들도 있고, 방 안에는 장판을 깔아서인지 여러 신발들이 문밖 복도에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그나마 정리라도 깨끗이 해서 내어놓으면 좋으련만, 그것도 아니어서 지나다니기가 불편한 경우도 있다.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는가.

앞으로 이 사회의 과학기술 계통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게될 사람들이라면 지식, 학습능력, 창의력 뿐만 아니라 사회성 또한 갖추아야 한다. 우리 학교는 소수정예 교육을 하고 있어서 학생들의 지식, 학습능력, 창의력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국내 어느 대학보다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소수정예라는 것이 사회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불어 사는 삶’을 만들 수 있도록 서로서로가 조금만 더 신경을 쓰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