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학의 국제화를 선도하자
21세기 대학의 국제화를 선도하자
  • 승인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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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겨울은 때맞춰 치러지는 대학입시로 인하여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든다. 학부모들은 자식의 시험장 문 밖에서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이렇게 생각한다. 대학 문이 점점 더 좁아진다고. 또 어떤 이들은 묻는다. 과연 우리 나라의 대학이 이렇게 어렵게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냐고. 소위 명문대학들은 간판뿐이지 실질적인 교육의 질은 신통치 않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형편이 닿는 상당수의 학부모들은 자식들을 일찌감치 해외로 내보낸다. 하다 못해 영어라도 배워두면 21세기의 국제화 시대에 써먹을 데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 국민들이 생존본능적 차원에서 나름대로 마련한 대처방안이다. 고등교육의 해외 의존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의 고등교육 제도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음은 자명하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최종 교육기관인 대학이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있다. 만일 국내 유수 대학의 졸업생들이, 예를 들어 미국의 MIT 대학 졸업생과 동등한 지식 및 사회적응 능력을 갖춘다면, 왜 굳이 비싼 교육비를 들여가며 해외로 나갈 필요가 있겠는가? 우리의 대학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따라서 분명하다.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서의 일류 경쟁은 앞으로 무의미하다.

최근 포항공대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학 국제화 추진방안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제화 추진팀은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는 재단의 국제화이다. 한국적인 이사회 운영 방식을 탈피하고, 국제적 시각에서 대학의 운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외국인 이사를 영입하는 것이다. 둘째는 교수 연구활동의 국제화이다. 이를 위해 국제 학술활동의 강화와 교수 연구활동에 대한 국제 기준의 평가가 필요하다. 셋째는 학생교육의 국제화로서, 영어 교육 강화, 외국 학생 모집 등을 포함한다. 넷째는 캠퍼스 전반 체제의 변화이다. 외국인 교수 및 방문 연구원을 위한 시설이 확충되어야 하며, 국제화한 캠퍼스를 운영하기 위한 지원 인력 및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

이러한 국제화 방안은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우리 대학의 목표와 맥을 같이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빚어진 국내 대학들의 현실에 비추어, 국제화의 노력이 물론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공대는 국제화의 조건을 다른 대학들에 비해 비교적 잘 갖추고 있다. 우리 대학의 국제화는 우리가 수월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생존 방안인 동시에 한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이다. 개교이래 우리는 여러 측면에서 앞서나가는 정책 결정을 해왔고 국내 대학의 선도역할을 담당했다고 볼 수 있다. 캠퍼스 국제화를 위한 대학 이사회와 행정부의 진취적인 방향 제시와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또한, 대학 구성원 전체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14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아시아 최고의 과학기술대학으로 인정받게 된 포항공대의 발전은 놀라운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21세기를 시작하며, 포항공대는 아시아로부터 세계 무대로의 도약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목표에 대해 아직도 일부에서는 의문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지방 도시에서, 한국인 학생과 한국인 교수만으로, 한국적 차원의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 대학이 과연 얼마나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앞으로 대학의 국제화를 통하여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포항공대가 해외의 우수 두뇌들이 모여드는 상아탑이 되고,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며, 나아가 한국의 고등교육을 향상시키는 데에 공헌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됨으로써 국민의 여망인 국제화된 교육이 해외 유학 대신 국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