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과 원칙, 대화가 있어야 한다
비전과 원칙, 대화가 있어야 한다
  • 승인 200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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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내 각 구성원집단과 행정당국과의 불협화음이 건전한 비판과 소신있는 집행의 단계를 넘어, 심각한 불신과 타협 없는 독선의 대립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학생집단의 경우에는 기숙사의 갑작스런 3인 1실화로 인한 일방적 이동명령과 과도한 식대인상 과정에서의 소외감으로 인해, 직원의 경우에는 노조 집행부 극한투쟁의 실패와 더불어 신인사제도의 수립 및 노사협의회 구성 등 일련의 협상과정에서 겪은 무력감 때문에, 그리고 교수집단의 경우에는 연봉제 도입과 정년보장제 시행과정의 비민주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행정집행부에 대한 불신이 늘어가고 있다.

한편 대학본부로 통칭되는 행정당국에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불가피성, 예산문제를 포함한 학교 주변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집단 이기주의의 지양을 이유로 파행적 집행을 강행하고 있어 서로간의 갈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일차적으로 대학당국의 비전과 원칙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써 많은 학내구성원의 불만, 불신의 원인은 대학 행정책임자가 제공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양자간 토론과 대화의 결핍이 갈등을 더욱 악화시킨 것이다.

먼저 기숙사 문제에서 나타난 비전과 예측의 결핍이다. 기숙사의 수급은 현재 우리대학의 상황으로 볼 때 적어도 1년 전에 예측되었어야 했으며, 그렇다면 급격한 양적 팽창과 돌발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학기초와 같은 ‘부족 사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며, 책임있는 행정부서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했어야 했다. 또한 이동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유를 갑작스런 위촉연구원의 증가에 돌림으로써 예측능력 부재를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두번째로는 노조의 극한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대화의지와 능력의 결핍이다. 짧지않은 기간 동안 노조가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은 책임있는 당국자와의 대화의 장과 이를 통한 토론과 타협이었다. 그러나 수개월간의 농성과 단식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대화는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고 토론과 타협의 기회는 없었으며, ‘평생직장’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는 말없는 다수 직원들의 희망은 무력감으로 바뀐 채 잠복하게 된 것이다.

교수의 연봉제도입과 정년보장제 시행과정에서의 문제도 매우 심각하였다. 교수의 신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정책이 적절한 의견수렴과 정상적 토의없이 조령모개의 과정을 되풀이 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많은 교수들의 의견은 무시되었으며 대화와 토론의 장은 끝내 열리지 못한 채 소수의 결심에 의해 기정사실화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최근의 시행단계에서 많은 교수들이 겪었던 상실감은 장기적으로 대학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같이 노력하기 위해 모인 조직에는 비전이 있어야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또한 구체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구성원 전체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절한 대화와 토론없이 상황논리에 의해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한다. 기본원칙이 흔들릴 때 조직이 와해되고 국가가 붕괴했으며 역사가 후퇴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학당국은 구성원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제반 정책결정에서 변함없는 원칙을 제시한 바탕 위에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수렴, 반영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는 소신과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현재의 무력감과 무관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토론문화 정착에 참여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