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과 같은 기간 또는 약간 긴 기간 동안에 두 학문 분야를 공부하면서 2개의 학위를 동시에 취득한다는 것은 정녕 힘든 일이다. 그러나 훗날 크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포항공대생들이라면 도전해 볼만한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복수전공에 대한 당위성은 21세기에는 매우 다양한 학문 분야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존의 단일학과 전공이라는 틀로는 다양성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그 한 예가 21세기 골드러쉬로 일컬어지는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분야이다. 이 분야는 인력수급 면에서 볼 때 현재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부족한 분야로 알려져 있으며 선진각국에서도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이다. 이 분야의 연구를 위해서는 생명과학 분야와 컴퓨터공학 분야의 깊은 지식이 동시에 필요하다 한다. 그러나 그간 생명과학 분야와 컴퓨터공학 분야는 상호간에 관계가 거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양 학문을 동시에 공부한 인재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물론 생물정보학 만을 다루는 학과를 만들어 가르칠 수도 있겠으나 그 경우 어느 한 분야도 깊이 있게 배우지 못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라 생각한다. 미래에 정말 창조적인 일을 해보고 싶은 학생들은 적어도 학부과정에서는 양 학문을 체계적으로 공부함으로써 기초를 든든히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위에서는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앞으로 발전될 많은 학문분야들이 기존 학과 관점에서 보면 2개 이상 학과들의 깊은 지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그때 그때 여러 형태의 학과를 만들어 교육시키는 것은 학문의 깊이 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기존의 학과 틀은 유지하면서 커리큘럼을 발전시키는 한편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복수전공제도를 활용하는 게 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포항공대 10개 전공학과에서 복수전공으로 택할 수 있는 학과들 조합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복수전공 조합이 45가지가 있으며 한 학과 공부를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하는 10가지 경우를 더하면 55가지의 다양한 형태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할 수 있겠다.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장점들은 이 외에도 많기 때문에 선진 각국 특히 미국의 경우 높은 비율의 학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해오고 있다. 우리 대학도 교육과정 개편으로 졸업학점을 140학점에서 120학점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복수전공의 기회를 대폭 확대하였는데 새 학칙의 적용을 받고 있는 2000학번부터는 많은 학생들이 복수전공을 택하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많은 학생들이 택하고 있지 않고 있어서 큰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많은 학생들이 택하게 됨에 따라 문제점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미리 대비해서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점들을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복수전공시 정체성(identity)의 문제이다. 현 제도하에서는 늦어도 2학년 때는 학과를 배정받게 되는데 이때의 학과(이후 편의상 A학과라 칭함)와 그 뒤에 복수로 택하게 되는 학과(편의상 B학과라 칭함)에 대한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하느냐 하는 것이다. 둘 다 등가의 복수전공인데 자칫하면 주전공, 부전공과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많은 학생들이 특정 학과에 복수전공을 희망했을 때에 대한 배정 원칙 등도 각 학과별로 또는 전체적으로 확실히 정해 있어야 하겠다. 세 번째로는 현실적인 문제로써 복수전공을 하는 경우 수강신청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A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B학과의 전공필수 과목을 수강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점들은 학교측에서 깊은 연구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 이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자칫하면 다음해에 신청하게 되는 등으로 재학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복수전공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살펴 본 문제점들은 우리가 지혜를 모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많은 포항공대 학생들이 복수전공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학부시절 저력을 키움으로써 다양한 형태로 발전될 미래의 학문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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