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에 대해 더 알고싶은 독자는 위 기사(포항공대신문 제432호)를 참고하길 바란다.
인문사회학부 특임교수로 임용된 김초엽 SF 작가를 만나다
김초엽(화학·학11·석16) 동문은 화학과 학사 졸업 이후 생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SF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지난달 9월 1일 우리대학 인문사회학부 특임교수로 임명됐다.
SF 소설의 매력은 무엇이고, 또 이를 통해 소설에 담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SF 소설은 인간만을 중심에 두지 않고, 인간과 얽혀 있는 다양한 존재들을 함께 바라본다. 기존의 문학이 주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한다면, SF는 △AI △바이러스 △행성 △식물 등 인간을 둘러싼 수많은 것들을 함께 다룬다. 또 인간 바깥의 시선을 통해 인간을 새롭게 조명하고, 비인간적인 감각을 빌려 닫혀 있던 사고의 틀을 벗어나게 해준다. 예컨대 식물은 인간과는 다른 시간의 스케일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식물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느리고 지루해 보이는 변화가 치열한 생존 투쟁으로 다가온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죽음의 관념, 성장의 방식이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
SF 소설의 매력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인간을 아주 작게 그려내서 우주의 한 점인 존재로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인간의 미세한 감정이나 슬픔을 커다란 문제처럼 탐구하기도 하듯이, SF는 ‘줌인’과 ‘줌아웃’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세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게 파악하기 어렵지만, SF는 그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하며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결국 현실로 돌아오면 세계는 여전히 복잡하지만, 그 세계를 이전과는 다르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작품의 소재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는가?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작품마다 다르다. 이야기가 먼저 떠오르고, 그에 맞는 과학적 소재를 찾기도 하고, 연구 결과를 보고 영감을 얻어 서사를 구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지 공간’이라는 작품은 ‘장소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에 관한 논문에서 출발했다. 연구를 보며 기억이 추상적인 것만이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뇌를 외부 하드웨어로 옮기는 설정으로 발전시켰다.
흔히 예술의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과학의 창의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학에서 새로운 발견이란 기존의 데이터 속 빈틈이나 연결되지 않은 패턴을 찾아내는 것인데,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아이디어를 조합하고, 연결되지 않았던 것들을 이어 붙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에는 불완전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나아가려는 세계가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세상은 무엇인가?
역사 속에서 많은 이들이 유토피아를 꿈꾸고 그것을 실현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가 볼 때는 늘 어딘가 어긋나 있거나 비현실적이었다. 그럼에도 유토피아를 향해 가려는 마음,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고 다가가고자 하는 태도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계가 갈등이 없고 차별이 없는 세계는 아닐 수 있지만, 그것을 추구하는 마음과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소설을 통해서 전하고 싶다. 과학에서 잠정적 결론을 받아들이듯, 사회도 언제든 바뀔 수 있고 틀릴 수 있다는 열린 태도를 공유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 ‘나만의 정체성’을 만드는 법은 무엇이고,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잘 쓴 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린 나이에 글의 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시간이 흘러가며 저절로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글을 쓸 때 고유하고 독창적인 것만을 추구하려는 태도는 피하되, 남의 생각이나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존하지 말고, 오롯이 내 생각에 집중하면 좋겠다. 나만의 생각이 삶의 경로와 겹치며 나만의 고유성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글이 독자의 생각에 변화를 일으켜, 사회의 통념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면 그것이 곧 ‘잘 쓴 글’이라 할 수 있다. 과학자의 연구란 ‘통념을 하나씩 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글쓰기에도 존재한다면 좋은 글이 되지 않을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작가도 세상의 통념을 이해하고, 이를 깨는 방법을 알아야 하므로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변화할 줄 아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 우리대학 특임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특별히 진행하고 싶은 수업이 있는가?
문학 ‘창작’에 관한 특강을 열고 싶다. 창작은 ‘시작의 장벽’이 다소 높다. 학부생 시절 여름, 겨울학기 동안 시 창작, 소설 창작 특강을 들으며 작품을 처음 쓰게 됐는데, 이처럼 공모전이나 수업과 같은 구체적인 계기가 있으면 시작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한 번 작품을 완성해 보고,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게 되는 과정에서 성장하게 된다. 특강을 통해 창작을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공부 이외의 것에도 열심히 도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20대 초반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믿었던 모습을 시간이 흐른 뒤 바라보니 정말 달랐다. 삶에는 수많은 변화가 찾아오며,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힘이 성장의 원천이 된다. 아직 대학생이면 용기가 남아있을 시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를 누구보다도 잘 회복할 수 있는 시기니까, 회복탄력성을 잘 이용해 최대한 많은 도전을 해 보면 좋겠다.
또 우리대학 안에서는 연구, 창업 이외의 길을 찾기 어렵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전공은 그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태도를 배우고, 다듬는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몰랐던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용기, 연구의 태도와 관점을 체득한 것은 꼭 연구자가 되지 않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자유로운, 열린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