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학생들은 자신이란 그릇을 넓히려고 한다. 어떤 그릇이 만약 지식과 같은 한 가지 질료만으로 구성된다면 그 그릇은 결코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재료들이 상호 작용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때,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그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언급했던 지리적 특성은 포항공대 학생들에게 그들이 그릇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제한했다. 더 큰 문제는 ‘외부와의 단절’을 극복할 만한 수단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와의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여러 대학교 학생들의 모임이나 단체 등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이나 다른 대학이 기획한 행사와 축제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계절학기와 같은 수업을 들으며 인맥을 만드는 방법들이 있다.
이 중에서 타 대학의 계절학기 수강은 본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방학이라는 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쉽게 시도할 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포항공대와 학점교류협약을 맺은 학교는 성균관대를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대까지 총 세 개 학교에 불과하다. 특히, 성균관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이번 학기에 단 한 개의 과목만이 개설되며, 이화여대의 경우 수강 가능 인원이 단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몇 년 전 평균적으로 7-8개의 과목이 열렸던 것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다.
다른 방법들 역시 점차 제한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 원인에는 늘어난 학업이 있다. 현재 11학번의 로드는 역대 가장 높은 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리더십센터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교육 커리큘럼에 집어넣은 HASS와 ABC 그리고 늘어난 전공학점은 학생들에게 큰 로드를 부과해 학업 이외의 다른 활동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부과했다. 학생들에게 있어 주말은 개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조모임과 과제의 시간이다. 이런 학생들이 학교 내부도 아닌 교통이 불편한 학교 외부의 행사나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에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이 느끼는 외부와의 단절은 점차 커져만 갔다. 이를 학교 측에서는 ABC나 문화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없애고자 하지만 이는 임시적일 것일 뿐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 역시도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파악해 적극 나서서 대처하여 필자가 느꼈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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