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생이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
포항공대생이기에 포기해야만 했던 것
  • 김관영 / 생명 09
  • 승인 2012.12.0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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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곡이라는 자그마한 동네에서 큰 미래를 설계하며 정진했던 지난 4년간, 포항공대이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도 많았지만, 포항공대였기에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또한 많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학문에 관한 넓은 지식을 배울 수 있었지만, 대학생활에서 겪어봤을 인간 관계에 관한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없었다. 얻은 것과 포기해야 했던 것, 그 둘을 양팔 저울에 매달았을 때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졸업을 한 학기 앞둔 이 시점까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4년 동안 포기해야 했던 것 중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외부와의 단절’이었다. 문화와 예술 활동의 주 무대인 수도권이나 여러 광역시와도 거리가 있기에 포항공대 학생들의 문화생활은 대단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물리적인 장벽은 여러 대학과의 연계에도 어려움을 줘, 각종 사회문제에 대한 다른 이들의 생각이나 인식을 함께하지 못하기에 시사와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축제나 행사 등을 통해 맺어지는 여러 인맥의 부재 역시 ‘외부와의 단절’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은 자신이란 그릇을 넓히려고 한다. 어떤 그릇이 만약 지식과 같은 한 가지 질료만으로 구성된다면 그 그릇은 결코 좋은 그릇이 되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재료들이 상호 작용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낼 때,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그릇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언급했던 지리적 특성은 포항공대 학생들에게 그들이 그릇을 만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를 제한했다. 더 큰 문제는 ‘외부와의 단절’을 극복할 만한 수단들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와의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로는 여러 대학교 학생들의 모임이나 단체 등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이나 다른 대학이 기획한 행사와 축제에 참여하는 것 그리고 계절학기와 같은 수업을 들으며 인맥을 만드는 방법들이 있다.
이 중에서 타 대학의 계절학기 수강은 본교 학생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방학이라는 시간을 이용하기 때문에 세 가지 방법 중 가장 쉽게 시도할 만한 방법이다. 하지만 포항공대와 학점교류협약을 맺은 학교는 성균관대를 비롯해 한국예술종합학교, 이화여대까지 총 세 개 학교에 불과하다. 특히, 성균관대와 이화여대의 경우 이번 학기에 단 한 개의 과목만이 개설되며, 이화여대의 경우 수강 가능 인원이 단 2명에 불과하다. 이는 몇 년 전 평균적으로 7-8개의 과목이 열렸던 것에 비해 매우 적은 수이다.
다른 방법들 역시 점차 제한적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그 원인에는 늘어난 학업이 있다. 현재 11학번의 로드는 역대 가장 높은 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리더십센터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교육 커리큘럼에 집어넣은 HASS와 ABC 그리고 늘어난 전공학점은 학생들에게 큰 로드를 부과해 학업 이외의 다른 활동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을 부과했다. 학생들에게 있어 주말은 개인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조모임과 과제의 시간이다. 이런 학생들이 학교 내부도 아닌 교통이 불편한 학교 외부의 행사나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에는 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이 느끼는 외부와의 단절은 점차 커져만 갔다. 이를 학교 측에서는 ABC나 문화 프로그램들을 이용해 없애고자 하지만 이는 임시적일 것일 뿐 결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학교 역시도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파악해 적극 나서서 대처하여 필자가 느꼈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