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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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식 기자
  • 승인 2016.03.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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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창작’열풍 - 지속 가능한 캐릭터 생산이 중요
최근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 인터넷 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성남시의 쓰레기 분리 배출 전용 그물망 사용 홍보 영상에서 나온 여성 캐릭터 ‘성지영’은 두려움을 주는 묘한 눈빛과 미묘하게 웃는 표정이 2차 창작자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얀데레성 캐릭터(집착적인 애정을 표시하는 캐릭터)의 외형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았다. SNS와 인터넷 사이트에는 성지영을 소재로하는 수많은 만화, 일러스트, 영상 등 2차적 저작물이 올라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2차적 저작물에 대한 관심은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 인터넷 사이트와 서울코믹월드, 부산코믹월드 등 오프라인 동인 행사들이 중심이 됐다. 그동안 팬아트, 팬픽 등 2차 저작물 행사는 2차 저작물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으며 캐릭터의 배경이 되는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마니아들만이 참여하는 문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2014년 EBS 중등 수학 교육 사이트의 캐릭터인 ‘주세미’가 중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져 인기를 얻음으로써 많은 2차 저작물이 생산됐고, 2차 저작물이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상승효과를 낳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세미가 올라오는 한편,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세미와 관련된 글과 팬아트가 꾸준히 게시됐다. 또한, 트위터를 중심으로 아마추어 창작자뿐 아니라 프로 작가들의 팬아트도 잇따라 올라왔고, 수학귀신 등 다른 캐릭터와 엮은 소재로도 창작됐다.
2차적 저작물 시장이 활성화된 일본의 경우 2차적 저작물의 창작을 제한하는 저작권법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작년 10월 타결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agreement, TPP)에 대응하기 위한 일본의 저작권법 개정 방안에 대하여 지난 11월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 저작권 분과회의 법제·기본문제 소위원회’에서 저작권 단체들의 의견 수렴 및 논의가 이루어졌다. TPP에서 요구된 ‘저작권 침해 사건의 비친고죄화’가 발생시킬 수 있는 소송 증가 및 2차적 저작물의 창작 위축을 우려하여 2차적 저작물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개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이에 대해 일본 음악저작권협회, 코믹마켓 준비회 등 21개 저작권 단체가 의견을 제출했고, 일본의 동인계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도 큰 호응을 불러왔다.
안타깝게도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2차적 저작물에 관한 관심은 저조한 편이다. 2차 창작의 대상이 되는 원저작물의 수가 적고, 2차 창작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장르가 게임이나 외국 애니메이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캐릭터가 없어 2차 창작물의 시작점이 없는 셈이다. 세미와 성지영은 2차 창작산업에 적절한 캐릭터만 제시해준다면 흥행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일부 사람들은 2차 창작자들이 캐릭터를 악의적으로 곡해하고, 음란물을 생산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EBS는 세미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변형하는 등 부적절하게 이용하는 사례가 발생해 세미의 제작 취지를 몰각시키는 일부 사례에 대해 법적인 조처를 한다고 밝혔다. 세미와 같이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를 왜곡하는 일은 제재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캐릭터가 없다는 점이다. 2차 창작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령층을 겨냥하고, 독창성을 가진 캐릭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