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인터넷 욕설
사회 - 인터넷 욕설
  • 김윤식 기자
  • 승인 2015.11.04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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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로 더럽혀진 인터넷, 법적 대처가 최선인가?
 포항공대에 다니는 A 씨는 여느 때처럼 숙제를 마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찰나, 채팅창에 어떤 유저가 욕설을 내뱉기 시작한다. 분위기는 금세 험악해지고, 욕설이 점점 심해진다. 부모님을 모욕하는 욕설까지 난무하면서 이미 게임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A 씨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게임이 도리어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게임 종료 버튼을 누른다.
 앞의 이야기는 비록 지어낸 것이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일이다. 만약 사이버 공간에서 모욕을 당했을 경우 이를 무시하고 참을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상에서 욕설로 인한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고소를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각종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자신의 고소 사례를 인증한 글들이 올라와 있고, 욕설 채팅에 대한 법적 대처에 관해 설명해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죄 신고 건수가 201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모욕죄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는 처벌에 대한 규정을 가해자와 피해자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데 있다. 가해자는 인터넷이라는 익명성의 그늘에서 마음대로 행동하지만 실제로 익명성은 보장되기 힘들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은 어떻게든 기록이 남는 법이다. 가령 닉네임을 아는 경우 경찰 조사를 통해 사이트에 가입할 때 입력한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모욕을 당했고, 가해자를 모욕죄로 처벌하고 싶다면 특정성과 공연성을 입증해야 한다. 피해자가 누군지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이 특정성이라면 공연성은 모욕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제3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한 예시로 채팅방의 욕설이나,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욕적인 글의 경우 공연성을 무조건 충족시킨다. 반면, 피해자와 가해자만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욕설은 목격한 제3자가 없으므로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가해자는 대상을 모르고 욕설을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특정성을 만족하게 해야 한다. 가해자가 닉네임을 지칭해서 욕설한 경우 처벌하기 힘들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닉네임을 통해 신상정보를 알 수 있는 경우와 본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경우 특정성을 만족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상대방의 신상을 추측할 수 없는 환경에서 욕설했다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만약 실제 친구가 모욕을 당하는 현장에 있었다면 직접 신상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도 피해자의 정보를 알고 있는 친구가 특정성을 만족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욕설하는 유저를 제재하기 위해서 온라인 게임회사들은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욕설 필터링 시스템은 욕설을 채팅창에 입력할 경우, 자동으로 이를 알아보기 힘든 ‘***’이나 ‘???’와 같은 특수문자 형태로 바꿔준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채팅창에서 비신사적 행위를 할 경우 먼저 채팅을 제한한 뒤, 행동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실시하고 있다. 게임 배급사인 라이엇 게임즈에서는 법적인 처벌과 관련해서 게임사에서 협조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에서 13~24세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그중 83명이 상대방의 패륜적인 애드리브(이하 패드립)를 이미 알고 있었다. 패드립을 처음 접한 경로로 꼽힌 것은 온라인게임이 34.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고, SNS와 인터넷 사이트가 각각 18.1%, 15.7%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온라인 환경에서 심각한 욕설에 노출되며 자라온 청소년들은 패드립을 습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은 공개적 장소에서 욕설은 법적으로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인터넷은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사용하는 만큼 인터넷 공간에서의 예절은 더욱 중요하다. 욕설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은 그 행동의 책임을 평생 져야 한다. 모욕을 당했다면 고소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법적인 처벌에 앞서서 인터넷 공간이 공공장소라는 인식을 하고 깨끗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