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내 가슴 속 큰 울림
포스텍, 내 가슴 속 큰 울림
  • 조영찬 / 수학 14
  • 승인 2015.11.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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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포스텍에 들어온 지도 2년을 향하고 있습니다. 나름 그동안 포스텍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보았고, 학과 도서관과 대학본부도 가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학교에 온 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대한 대답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 시간 동안 주위 사람에게 물어보기도 하였으나 그들도 특별한 답을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자랑스러운 포스텍, 실망스러운 포스텍에 대해 몇 줄 적어보고자 합니다.
이 학교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입학사정관 선생님의 전화를 받은 때였습니다. 고등학교 생물 수업 시간이었고, 휴대전화에 찍혀있는 054로 시작하는 번호를 본 저는 후다닥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습니다. 합격의 기쁨에 뭘 준비해가야 할까요, 제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요 등등 별의별 것을 물어보며 횡설수설하던 한 갓 난 학생에게 입학사정관 선생님은 조목조목 친절하게 대답해주셨고, 자신감을 북돋워 주셨습니다. 물론 이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입학사정관실 페이지를 통해 친밀하게 소통하는 모습도 폐쇄적인 서울 모 대학에 비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몸소 소통이 무엇인지 실천하는 입학사정관분들의 땀이 만들어 낸 포스테키안, 포스텍 자랑스러움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학년 2학기에 신입생 세미나 과목을 수강하면서 IBS 기하학-수리물리 연구소에서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 공간이 제가 두 번째로 들고 싶은 '자랑스러운 포스텍'입니다. 넓고 깔끔한 공간의 양쪽 벽에 책꽂이가 있고, 그 안에 차곡차곡 담겨있는 인류 지식의 보고는 외관과 내관 모두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또한, 한 편에 자리 잡은 커피머신과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 선율은 제 사소한 낭만까지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었습니다. 그곳에서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하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든 실망스러운 점으로는 역시 지리적 여건을 꼽았습니다. 대학 생활만 바라보며 억압을 버텨온 고등학생들에게 주위의 부재는 컸습니다. 시내로 불리는 육거리는 택시를 타기엔 멀고 버스를 타면 이십 분쯤 나가야 하며, 가까운 효자시장은 걷기는 약간 멀고 택시를 타기는 가까운 애매함을 가집니다. 잠깐 쉬고 싶어도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지리적 한계는 비교적 아쉬운 점입니다. 또한, 건물의 네모 반듯함도 실망스러운 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농담 삼아 예술 계열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할 정도로 건물들의 각이 잡혀있고, 행렬 원소들처럼 정렬되어있습니다. 물론 학교의 지리적 구조를 설명하기는 편하나, 4년 동안 같은 동선으로만 학교에 다녀야 하는 학생의 입장으로 학교에 새로움이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기숙사에서 무은재기념관까지, 최적화되지 않은 두 개의 경로도 매번 왜 이렇게 길을 뚫어 놓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니고 걷게 됩니다.
 그래도 이 학교에 온 지 어언 4학기째인 만큼, 저는 실망은 과거의 실망으로 남겨둔 채 새로운 자랑을 만들자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다. 비록 자그마한 한 학생이지만, 수학과 학생신분으로 참가할만한 대표적인 행사인 대학생 수학경시대회에 나가 쾌거를 이루고 싶은 마음을 간직한 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언제 포스텍에 온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언제 실망스러웠나요? 자랑스러운 포스텍은 여러분의, 여러분에 의한, 여러분을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포스테키안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