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학생식당 노동기
기자들의 학생식당 노동기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5.05.06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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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은 저녁까지 쉬지 않는다
아주머니들은 점심이 지나도 잠깐 주어진 쉬는 시간 후에는 계속해서 여러 일들을 해야 했다. 요리는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하니 쉴 수는 있어도 멈출 수는 없었다. 아주머니들은 손이 계속 바쁘게 움직였다. 무엇보다 감동을 받았던 것은 바로 아침부터 양파, 파, 멸치 등을 넣어 팔팔 끓이던 육수가 어느새 시원한 국물들로 재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새벽 4시 30반부터 우려내기 시작한 국물은 10시간 이상 우러난 후 시원한 들깨무채국과 얼큰한 닭개장이 되어가는 모습은 학식에 들어가는 정성을 생각하게 했다.
2시를 기점으로 오전반 분들은 퇴근을 하신 후 교체된 아주머니들은 매우 열정적으로 일을 하셨다. 끊임없이 요리가 진행되는 특성상 서로 일이 꼬일 만도 하다. 하지만 각각 분들이 할 일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님에도 정확히 필요한 일을 행하시는 아주머니들에게서 20년 이상 근무하신 분들의 관록을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아주머니들이 거의 학교의 역사와 함께 일을 해 오셨다고 한다.
저녁 때가 되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설거지다. 물론 설거지를 해 주는 기계는 있었지만 설거지 할 그릇들이 정말 많았다. 일을 도우며 두 개의 컨베이어벨트 앞에 서게 되었다. 첫 번째 컨베이어 벨트는 학생들이 식사를 끝낸 그릇이 들어오는 벨트이고, 다른 하나는 설거지 기계의 컨베이어벨트다. <모던타임즈>가 떠오르며 컨베이어 벨트가 얼마나 속으로 투덜거리며 힘들게 속도를 맞췄지만 아주머니들은 능숙하게 일들을 처리했다. 존경심이 자동으로 생겼다. 매일매일 결코 만만치 않은 노동을 이겨내는 원동력 중 하나가 자부심이라는 말에 다시 존경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