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친구에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친구에게
  • 김태완 / 화공 통합과정
  • 승인 2015.05.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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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M, 잘 지내? 올해 초에 네가 부산으로 내려온다고 하길래 옛날처럼 얼굴이라도 자주 보겠다 싶었는데 너나 나나 서로 바빠서 연락조차 잘 하지 않는 것 같아. 그래서 그냥 카톡이라도 하나 보낼까 하다가, 문득 편지가 쓰고 싶어져서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나는 벌써 대학원생 2년 차가 되어서 내 밑으로 후배들이 3명이나 들어왔어. 처음엔 어떤 사람들이 들어올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다들 자기 할 일도 잘하고 랩 생활에도 금방 적응하더라. 덕분에 나도 잡일거리가 많이 줄어서 내 연구에 집중하기도 편해졌고. 단지, 편해진 만큼 교수님한테도 결과를 내놓으라는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곤란하기도 해. 그러다 보니, 새삼스럽게 우리가 고등학교 시절에 자주 얘기하던 우리의 꿈이 생각이 나더라.
 사실 요즘은 대학원생이 뭔지 회의감이 들기도 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를 제쳐놓고 원생이 되기로 했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돌아보니까 내가 처한 상황에 맞춰서 공부 방향도 연구 방향도 수시로 바꾸면서,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사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어. 어차피 연구분야의 최근 유행 따라서 혹은 교수님 추천 따라서 이리저리 흔들릴 거라면, 차라리 회사에 가서 내가 하는 연구가 직접 현실화되는 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만약 내가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서 끝끝내 교수가 된다고 해도, 나는 '연구과제에 연연하지 않고 정말로 과학도들을 위한 교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어. 지금 우리나라 이공계의 현실에서 나 자신이 바라던 모습의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작년 말에, 네가 다니던 공대를 때려치우고 너의 꿈을 찾아서 의대로 간다고 했을 때 정말 많이 놀랐어. 분명 다녔던 시간이 아까웠을 거고, 취업하려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잘도 그런 결심을 했구나 싶었거든. 그래도 그 당시엔 그냥 그런 너의 결심이 신기하다고만 생각했었어. 그런데 대학원 2년 차가 되고 나니까, 난 정말로 나 자신의 목소리에 솔직했었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 물론 너도 쉽게 내린 결정은 아니었겠지만, 내가 좋은 대학 좋은 대학원에 안주하고 있는 동안에 너는 너 스스로 계속 물었던 거겠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뭘까, 하고. 그래서 나는 네가 내 친구라는 게 자랑스럽다.
고등학교에서 우리가 처음 만난 이후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나갔네. 그때는 네가 이렇게 새내기 의대생이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정말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왕 결심하고 간 이상, 네가 남부럽지 않게 성공해서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 좋겠다. 남은 학기 잘 보내고, 조만간 한 번 만나서 술이나 한잔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