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그러나 지나가버린 것들
사소한 그러나 지나가버린 것들
  • 이인호 / 화학 11
  • 승인 2015.01.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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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가면 효율성과 스펙의 중요성, 그리고 알찬 인생을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들을 설명하는 자기개발서들이 보인다. 꼭 서점뿐만이 아니라도 언제 어딜 가든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과 갖추고 가져야 할 것들이 수없이 많다. 이렇듯 빈틈없는 현대사회에서 대학생들은 미래를 위해 다방면으로 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대학은 학업을 위해 해야 할 공부의 양이 많은데다가, 학생들 사이에서도 전체적으로 학업에 큰 비중을 두는 분위기가 깔렸다. 또한, 학생들은 학업 외에 몇 가지 학생활동들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주위에서 할 일에 치여 다니는 학생들을 꽤 자주 볼 수 있다. SNS에서도 빈틈없이 채워진 시간표와 자신이 하는 활동을 과시하듯 알리는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시간을 활용함에 효율적이어야 하고 후회가 있어선 안 되며 매 순간 경험하고 발전해나가야 한다는, 다짐을 넘어선 일종의 강박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쓴다 한들, 욕심은 언제나 자신이 가진 것보다 많으므로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결과로 매 순간 할 일들에 가치를 매겨 더 중요하고, 얻어갈 것이 많은 것을 택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라 매 순간 ‘이것은 무슨 소용인가?’, ‘이것은 어떤 점이,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사로잡혀 눈길을 돌려버리거나 이곳저곳을 헤매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선택 다음엔 그 결과로 놓쳐버린 것들에 대해 매 순간 아쉬움이 언제나 남게 된다. 때로는 ‘그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넘어서서 ‘그 일을 해낸 내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어느 새인가 변해버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물건들로 가득 찬 곳에서는 빈 공간이 중요하듯이, 중요한 일들과 가치 있는 일들로 가득 찬 생활 속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들과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 역시 그 자체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이다. 삶에 있어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나쁜 판단이 아니지만, 효율성과 성취에 매달려 중요성과 가치의 크기에 붙잡혀있지 말자. 모든 일에 목적과 소용, 중요성을 매 순간 매기는 것도 좋겠지만, 어쩌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과 남들과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자기 자신의 뒤를 잘 들여다보면 사소했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들을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저기를 뒤지며 들여다보던 두 눈을 때로는 감아버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