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사는 그 집
니가 사는 그 집
  • 김민정 / 기계 12
  • 승인 2014.10.1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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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이 작은 세상 포스텍에 갇혀있는 느낌을 받은 적 있을 것이다. 문명의 집결지 서울과는 먼 거리에서 흡사 유배를 받은 귀양나리처럼, 조국과 민족의 학문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닿기도 힘든 이곳 포항에 와 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당연하게, 우리 학교는 학생 전원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
나는 방학 한 번을 빼고 3년 가까이 학교에서 뿌리를 내렸다. 지박령이라 해도 이상함이 없다. 더욱이 올해 영광스럽게도 동장으로 당선되기도 해 기숙사는 나와 늘 함께했다. 그 동안 묵혀왔던 기숙사에 대한 소상한 감성도 적지 않다.
사람이 자고 싸는 ‘住’를 해결하는 곳이다 보니, 기숙사엔 늘 천태만상이 그득하다. RA선배의 자애로운 지도 아래 시행착오가 가능하던 RC동 생활과는 다르게 우리를 케어하기 위해 구사에는 엄격하게 적용되는 사생 수칙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대로 쌓인 구사의 룰도 각 동마다 존재한다. 이를 존중하기 위해 기숙사 자치회는 언제나 물심양면으로 돕고, 사감실은 학생을 보호한다. 모든 동민이 안락을 풍유하고자 하는 동장의 노력은 ‘비누’를 통해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이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는 낸 돈이 아까울 정도로 저조하다. 한 학기 최대 34만원이 지원되는 자치 지원금으로 참여하는 일부만 이득을 보고 있다. 이 때, 격분해야 한다! 왜 내가 낸 기숙사비와 등록금이 내 혜택이 아니냐고! 그렇지만 이렇게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그대들이 좀처럼 동민의 활동에 힘쓰지 않았고 동 모임에서 보기 힘든 얼굴이었다는 걸 자신이 더 잘 알기 때문이리라.
개선과 건의, 공지사항을 위해 만들어진 동 보드는 비난과 훈계의 말씀으로 얼굴을 붉힌 지 오래고, 이를 소통으로 개선하기 위한 동민회의는 100여명이 거주하는 한 동에 10명의 참석이 그리 어려울 정도다. 특히 위험한 것은 참여하는 일부의 의견으로 한 학기의 동의 생활 방향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적은 표본이 모집단을 대표할 수 없듯이, 올해 여사 1동의 렌털 세탁기 도입 때도 충돌이 있었다. 동민회의에서는 만장일치였고, 심지어 찬성을 외치는 동민의 개인적인 연락도 있었다. 모든 동의를 부스터로 달고 숙고와 시간 없이 렌탈은 진행됐고, 도입 전 업체의 감언이설과 다른 위생 상태에 실망은 터졌다. 그리고 불평이 쏟아졌다. 동 전체의 안위가 몇 사람의 결정에 달릴 수는 없다.
여느 단체생활과 마찬가지로 기숙사 생활은 배려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이며, 그대들이 이 시대의 주축이 되어줌으로써 가능하다. 참여로 꽃피는 기숙사 문화를 만들기 위해 그대들이 필요한 그 시간, 동민회의로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