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통일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 유온유 / 산경 11
  • 승인 2014.04.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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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만 해도 다수의 지지를 얻기 어려웠던 ‘북한 붕괴론’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곧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언할 수 없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하지만, 기회주의자들은 이미 북한의 부동산 및 잠재적 부를 겨냥하여 개인적인 수익을 올리려는 계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식의 요람에 선 우리는 통일에 대해서도 지난번 반값등록금처럼 강 건너 불구경으로 넘어가야 할까.
유럽연합과 각종 해외원조단체에 심지어 일본도 동참하여 북한의 인권유린 사태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적하고 지속해서 개선을 요구해오고 있다. 반면 한 혈통임을 자처하는 남한에서 대북정책은, 위로는 어지러운 정치 활동 속의 텔레클라시(telecracy-정치인들이 정책의 내용보다 미디어를 이용한 인기영입에 주력하는 것)로 변질되었고 아래로는 난잡한 이념의 갈래에 기가 질려 스펙 쌓기 위한 해외봉사보다 더 요원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만성적인 기아와 이에 대한 ‘형제로서의’ 원조에 대해서도 남한은 하나로 모아진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이렇게 분열된 모습에 대한 변으로서 동족상잔의 기억을 이유로 들기엔 영면하신 이들 또한 이념의 희생양이었고, 자신들이 선택한 체제 하에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대다수 민중은 그 선택과 무관하다. 유감스럽지만 미디어에서 북한 인권의 실제를 특집으로 보도하면 그 잔인성과 자극성에 잠시 주목하고는 그들의 인간 근원적인 권리의 침해보다 자신의 사회적이고 눈앞의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것이 자화상이다.
한 민족이라는 이름 하에 통합하기엔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남한은 기술 발전 측면에서 전 세계 평균보다 미래에 살고 있다. 반면 북한은 오히려 평균보다 떨어진 과거에 살고 있다. 남한은 어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비판을 받을지언정 표현의 자유마저 박탈당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자신의 관념을 위에서 내려온 지시에 복종하며 전체와 다른 개인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팽배해진 개인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 물결에 북한 주민들이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하며 물들기를 바라는 것은 오만이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자발적인’ 국민투표를 통해 합병되었다. 반면 같은 반도인데도 신라의 삼국 통일 이래 대륙과 섬나라에 주권을 침해 당한 적은 있어도 자주성을 지켜온 한반도는 아직 반쪽짜리다. 현재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과거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현재를 보고도 과거를 알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롭다. 대개는 미래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뿐더러 그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혜안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